‘두테르테 저격수’ 마리아 레사, 체포 하루만에 석방

마리아 레사

[아시아엔=편집국] ‘두테르테 저격수’로 불리는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가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체포된 지 하루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1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온라인 뉴스사이트 <래플러>(Rappler)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레사가 보석 신청 후 기자들에게 “내게 이번 체포는 권력남용과 법의 무기화로 정의된다”고 말했다.

레플러는 “당신은 지금 분노를 표현하고 행동해야 한다”며 “언론자유는 기자들이나 나, 또는 래플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모든 필리핀 사람들이 진실을 알 권리의 기초가 된다”고 말했다. 레사는 지난 2월 13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국가수사국 요원들에 의해 체포됐다. 그는 2012년 한 필리핀 기업가에게 살인, 인신매매, 마약 밀수 등 의혹을 제기한 기사를 쓴 기사와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레사는 2002년 발표된 익명의 보고서를 인용해 기사를 썼지만, 출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 기업가는 기사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레사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레사의 변호사는 “이전에도 해당 기사와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적이 있지만, 기소 근거가 부족해 이미 기각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레사 체포의 배경에는 그를 눈엣가시로 여겨온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의 언론탄압이 깔려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레사는 ‘마약과의 전쟁’을 명목으로 수많은 민간인을 숨지게 한 두테르테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8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래플러를 ‘가짜뉴스’라고 부르며 래플러 소속 기자의 취재를 금지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해 검찰은 레사를 탈세혐의로 체포했다. 당시 레사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지만, 정부는 래플러 폐간을 종용했다. 필리핀 국내외 언론계와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두테르테 정부가 언론인을 위협하기 위해 법을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레사의 석방을 두고 필리핀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일부 반대세력에 대해서 ‘유화정책’을 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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