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더 이상 사양산업 아니다···고도의 기술집약적 미래성장산업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밥상이 힘이다”는 지난 12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농업인 초청 간담회의 주제였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김지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청년농민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농업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만들었고, 오늘 우리가 누리는 대한민국 발전의 근원이 됐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 농정은 ‘시장개방’ 이후 선택과 집중, 경쟁력과 효율성을 강조한 결과 선도농가 중심의 규모화·전문화가 촉진되고 고품질 농산물을 연중 생산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농약·비료 등 투입재의 과다 사용으로 농업 본연의 가치를 훼손시켰다. 또한 도농간·농가간 소득격차가 심화되는 부작용도 낳았다.

우리나라 농업인 수는 약 300만명, 농가소득은 3824만원(2017년)으로 집계되었다. 농촌은 많은 지역에서 도시보다 빠르게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도 42.5%(2017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여 인구감소까지 겹쳐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40대 이하의 농가 경영주 비율이 1%를 겨우 유지하고, 도시와 농촌간 소득격차는 크게 벌여져 농가 소득이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의 60%대에 머물고 있다. 농가소득 중 농업소득의 증대를 위하여 미국에서 실시하는 식품보조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자유무역협정 확대로 인한 국내산 수요 감소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으며, 빈곤층에 직접 식품을 공급함으로써 사회안전망을 확충할 수 있다. 동북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면 식품허브로서 신선하고 양질의 농축산물을 수출할 수 있다.

정부는 친환경농업의 역할을 토양·생태·환경을 보존하는 것으로 확대하고 로컬푸드(local food)를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세계 유기농 식품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나, 국내 친환경농산물의 시장규모는 줄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7년 국내 친환경농산물 시장규모를 2016년보다 7.2% 감소한 1조3608억원으로 추정했다. 친환경농산물 인증농가수도 5만9400가구로 전년보다 2500가구 줄었다.

무농약농산물 생산도 2012년 84만t에서 2017년 38만t으로 크게 줄었다. 국내 친환경농산물이 정체상태를 보이는 사이 외국산 유기식품 수입이 큰 폭으로 증가하여 2016년 수입금액은 전년보다 24.5%나 늘었다. 세계 유기농경지 면적이 늘면서 유기농 식품·음료 시장규모도 커졌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들은 친환경농업을 건전한 농업생태계 유지의 주요 수단으로 지원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생산에는 일반농산물보다 생산비가 더 들어가지만, 가격차별화는 제대로 안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의 소비촉진과 판로확대를 위하여 학교급식 등 공공급식에 친환경농산물 공급을 확대하고 수출을 늘리는 방안도 강구되어야 한다.

근래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곡물생산이 불안정해 식량안보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 등 주요 선진국들의 곡물자급률은 100%가 넘는 반면 우리나라 자급률은 23.4%(2017년)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OECD 국가의 평균 곡물자급률은 85%이다.

우리나라 곡물수요량은 연간 2000만t 수준이나 생산량은 2017년 기준 469만t으로, 같은 해 북한의 곡물생산량( 471만t)보다도 적어 심각한 수준에 있다. 세계 5위권 곡물수입국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곡물유통망도 없어 식량위기 상황이 오면 속수무책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일본은 쌀·밀·사료곡물 등에 대해 공공비축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 공공비축 예산이 1조1000억원 정도이며, 밀과 콩은 법에 공공비축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아 현재는 비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쌀은 80만t 정도가 적정비축량으로 보지만, 남북통일에 대비해 120만t까지 확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밀을 쌀에 이은 제2의 주식으로 부른다.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밀가루 소비량은 32.4kg이지만, 밀 자급률은 1.7%(2017년) 수준에 불과하여 98% 이상이 수입밀에 의존하고 있다. 밀 재배면적은 6600ha(2018년)로 2017년보다 28.9% 줄어 생산량도 40% 이상 줄었다. 이에 농식품부는 2022년까지 밀 재배면적을 5만3000ha로 확대해 생산량을 21만t으로, 그리고 자급률을 9.9%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소맥을 매년 200만t 정도 수입한다. ‘국산 밀’ 수요는 연간 2만t 가량이므로 2017년산 밀 생산량 3만7000여t 가운데 1만5000t이 재고로 쌓여 있어 국내 밀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1984년 중단된 ‘밀 수매비축제’를 부활하여 2019년부터 예산 100억원으로 연간 1만t 안팎의 밀을 사들일 방침이다. 수매비축제 부활로 밀산업에 성장 발판이 마련된 만큼 국산 밀 품질 고급화와 밀 가공제품 개발확대로 소비를 넓혀야 한다.

농가의 농외소득 증대를 위하여 일본과 같이 지방을 찾는 관광으로 바뀌면 농촌관광을 통하여 농외소득을 높일 수 있다. 도시민들에게 농촌은 마음의 고향이다. 농촌의 아늑함과 풍요로움 속에서 ‘힐링농업’을 체험하며 살고 싶은 욕구가 있다. ‘힐링농업’은 도시민에게 정신적 휴양과 육체적 치유활동을 돕는 사회적 서비스를 담당할 수 있다. 우리 농업이 가진 또 하나의 공익적 가치인 셈이다.

최근 농촌에서는 힐링팜(healing farm)을 창업하고, 마을에서 공동으로 힐링주말농장을 운영한다. 세계적으로 일과 행복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흐름에 따라 우리 농민에게도 삶의 질은 희망의 중요한 척도가 된다.

한국 역사에서 농업·농촌·농민은 언제나 역경을 딛고 일어나 희망을 일구는 첨병 역할을 해왔다. 농민들은 묵묵히 농사를 지어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져 왔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농민들에게 농업이 갖는 핵심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국민의 먹거리 지킴이’란 응답이 가장 높았다.

유럽 북서부에 위치한 네덜란드는 국토의 70%가 농목지이며, 농산물 수출이 1000억달러(2015년)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6·25전쟁 참전국인 네덜란드의 농업은 최첨단의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정부, 대학, 연구소, 농기업 사이의 연구개발 협력은 매우 활발하다. 농업은 더 이상 사양산업이 아니다. 고도의 기술집약적인 미래성장산업이라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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