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대학 시절’ 기형도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때는 그랬다. 대학은 침묵과 저항이었다.

나무의자 밑에는 버려진 책들이 가득하였다.
은백양의 숲은 깊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는 나뭇잎조차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 아름다운 숲에 이르면 청년들은 각오한 듯
눈을 감고 지나갔다, 돌층계 위에서
나는 플라톤을 읽었다, 그 때마다 총성이 울렸다.

목련철이 오면 친구들은 감옥과 군대로 흩어졌고
시를 쓰던 후배는 자신이 기관원이라고 털어놓았다.
존경하는 교수가 있었으나 그분은 원체 말이 없었다.

몇 번의 겨울이 지나자 나는 외토리가 되었다.
그리고 졸업이었다,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