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김구’ 최정례 “나는 이제 땅에 묻혔으나 허공을 날고 있다”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를 독립을 사랑했다
나는 부자유를 억압을 증오했다
나는 이제 죽어 담담하게 즐겁게 웃는다

나는 죽었지만 죽지 않았고
독립을 자유를 그리워하며
내 땅에 봄바람이 가득할 것을 믿었다

나는 해주 텃골에서 태어나
마음 좋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고
나라를 위해 싸우다 투옥 고문 탈옥 출옥
그것이 나의 삶이었다

나는 바람 잔 뒤의 풀밭처럼 뿌리와 가지를 서로 걸고
우리가 한 수풀을 이루며 살기를 원했다

산에 한 가지 나무만 나지 아니하고
들에 한 가지 꽃만 피지 아니한다
여러 가지 나무가 어울려서 숲의 아름다움을 이루고
여러 가지 생각이 어울려 꽃피는 자유의 나라를 꿈꾸었다

그 꿈에 무한한 진화가 있음을 본다

나는 이제 땅에 묻혔으나 허공을 날고 있다
나는 이제 불행하려 해도 불행할 수 없고
망하려 해도 망할 수 없다

나는 자유롭다
나는 이제 영원을 난다

 

● 김구(金九, 1876~1949): 독립운동가, 정치가.
● 최정례: 1990년 《현대시학》등단. 시집『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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