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세습 ‘이란 혁명전사’ 후손들 향락에 국민들 ‘분노’

테헤란의 부잣집 아이들’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온 사진.

[아시아엔=편집국] 이란 국민들이 미국의 제재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반미(反美) 혁명전사의 ‘금수저’들은 사치와 향락생활을 대놓고 과시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이란 집권층은 1979년 반미 이슬람혁명과 공화국 수립을 이끈 1~2세대다. 혁명 이후 태어난 3세대가 최근 정·관·재계 요직을 이어받으며 권력세습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란에서 최근 ‘테헤란의 부잣집 아이들’(Rich Kids of Tehran)이란 인스타그램 계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유럽산 스포츠카와 자가용비행기, 명품 시계·핸드백·드레스·구두, 스키여행과 요트파티, 테헤란 개인수영장의 비키니 파티 등을 과시하는 사진이 수천장 올려져 있다. ‘혁명의 아버지’인 초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손녀가 런던에서 3800달러 짜리 돌체앤드가바나 핸드백을 들고 BMW 승용차를 탄 모습, 전직 혁명수비대 사령관 아들이 2살 난 딸 생일에 애완용 호랑이를 동원한 호화파티를 연 모습 등이 올라와 있다.

이란에선 1990년대부터 ‘아그하자데’(Aghazade·귀족 후예)란 용어가 퍼졌다. 혁명 원로인 알리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딸이 차도르 안에 샤넬 슈트를 입고 유럽 여행과 캐비아를 즐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코노미스트>는 “국제 제재가 본격화된 2011년에도 테헤란은 중동에서 포르셰가 가장 많이 팔리는 도시로, 가격표조차 없는 메뉴와 금(金) 아이스크림을 내는 호화식당이 성업 중”이라고 보도했다. 과거엔 특권층이 자신들의 문화를 쉬쉬했다면, 혁명전사의 3세대들은 미국 연예인들처럼 소셜미디어에 부와 매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중동권 매체 <미들이스트아이>도 “이란 명문대 법학과를 수석졸업한 학생이 월급 210달러 경리직에 간신히 취직할 정도로 ‘연줄 없이 재능과 노력은 소용없다’는 좌절감이 퍼져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사위가 관련 학력·경력도 없이 석유부 장관 자문역을 거쳐 국립지질연구소 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가, 여론의 비난 속에 이틀 만에 사임했다.

미국 제재로 생필품·의약품 수입이 어렵고 리알화 폭락과 물가 급등으로 일반 국민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7월 주덴마크 이란 대사 아들의 호화판 결혼식 장면이 공개되고, 8월 무함마드 레자 아레프 전 부통령의 아들이 “내 성공은 ‘좋은 유전자’ 덕분”이라고 말한 게 알려지면서 대중들의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란 젊은이들은 ‘#Whereisyourkids’(당신 자녀들은 어디 있나)란 슬로건을 내세워 고위직 인사들의 재산과 가족 현황 공개를 요구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캠페인은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전직 중앙은행장은 “이란 국민 5000여명이 미국·유럽·두바이 등에 거주 중이며, 이들의 해외계좌 보유액은 이란 외환보유고보다 많은 2000억달러”라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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