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새해 새 아침에’ 박노해 “새해에는 조금 더 침묵해야겠다”

탄자니아에 떠오르는 태양 <사진 오천섭 독자>

새해에는 조금 더

침묵해야겠다

 

눈 내린 대지에 선

벌거벗은 나무들처럼

 

새해에는 조금 더

정직해야겠다

 

눈보라가 닦아놓은

시린 겨울 하늘처럼

그 많은 말들과 그 많은 기대로

 

세상에 새기려 한 대문자들은

눈송이처럼 바닥에 떨어져 내려도

 

보라, 여기 흰 설원의 지평 위에

새 아침의 햇살이 밝아오지 않은가

 

눈물조차 얼어버린 가난한 마음마다

새 아침의 태양 하나 품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세우려 한 빛나는 대문자들은

내 안에 새겨온 빛의 글자로 쓰여지는 것이니

 

새해 새 아침에

희망의 무게만큼 곧은 발자국 새기며

다시, 흰 설원의 아침 햇살로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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