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새해 새 아침에’ 박노해 “새해에는 조금 더 침묵해야겠다”
새해에는 조금 더
침묵해야겠다
눈 내린 대지에 선
벌거벗은 나무들처럼
새해에는 조금 더
정직해야겠다
눈보라가 닦아놓은
시린 겨울 하늘처럼
그 많은 말들과 그 많은 기대로
세상에 새기려 한 대문자들은
눈송이처럼 바닥에 떨어져 내려도
보라, 여기 흰 설원의 지평 위에
새 아침의 햇살이 밝아오지 않은가
눈물조차 얼어버린 가난한 마음마다
새 아침의 태양 하나 품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세우려 한 빛나는 대문자들은
내 안에 새겨온 빛의 글자로 쓰여지는 것이니
새해 새 아침에
희망의 무게만큼 곧은 발자국 새기며
다시, 흰 설원의 아침 햇살로 걸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