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장성의 ‘한국 핵무기 보유’ 관련 ‘쓴소리’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거부권을 갖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독일이 들어가려 한다. 이를 위해 프랑스와 독일이 아헨 조약을 맺었다. 영국은 동조하고 싶지 않겠지만 EU에서 탈퇴하겠다는 브렉시트 소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와 독일이 합의한 일에 끼어들 수 없다. 미국과 러시아가 보더라도 독일은 그만한 대우를 받을 만하다. 중국은 여기에 끼어들 주제가 되지 못한다. 프랑스와 독일은 이런 입지를 정밀히 타산해본 후에 이 문제를 공식화시켰을 것이다.
2018년 기준 한국 경제력은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인도, 프랑스, 이태리, 브라질, 캐나다, 러시아 등에 이은 세계 12위다. 주변 4개국 가운데 미국, 중국, 러시아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인정하는 p-5에 속하며, 북한은 2006년 핵실험을 하고 계속 핵전력을 증가하고 있다. 한국만 핵을 갖지 못하면 볼품없는 미끼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는 한국을 일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마음만 먹으면 2년 이내에 핵무장할 수 있는 국가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말미암아 그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났는데 일본은 몇 개월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제4위로 높게 평가되는 원자력 기술인력의 해외유출과, 대학 원자력 학과 박사과정 학생 입학이 사실상 중단되는 것은 치명적인 국익훼손 행위다.
미국은 냉전 이후 비확산체제(NPT) 유지를 안보전략의 중심으로 삼았다. 한미동맹을 안보 골격으로 삼은 한국으로서 미국정책에 거슬릴 수 없었음은 不問可知다. 미국은 한국의 탄도미사일 개발도 한국이 1970년대 미사일 개발 초기 단계에 약속한 180km로 묶어두려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탄도미사일 사거리도 300km에서 500km로 연장되었고 사거리 1500km의 순항 미사일 청룡도 전력화되었다.
1964년 중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었다. 소련과 경쟁하는 와중에서 핵전력 보유는 결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인도는 1960년대에 중국과 국경분쟁을 치렀다. 네루는 핵을 갖는데 진력하여 1974년 핵을 갖게 되었다. 영국에서 공부한 제3세계 지도자 네루를 미국이 저지할 수는 없었다. 인도는 우라늄 조달에 문제가 없었으며 미국과 영국에서 교육받은 핵 과학자가 충분히 있었다. 이에 자극받은 파키스탄은 1998년 핵을 갖게 되고 나아가 북한이 2006년 핵을 갖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 정부도 한미동맹관계 유지를 위해 생각을 다시 해야 하지만,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전략 변환을 해야 한다. 한미연합사령관을 지낸 장군들이 앞장을 서야 한다. 세계 제12위 국가가 그에 상응하는 준비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의 군과 민간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핵 선택지(nuclear option)를 갖겠다는 의사 표시만으로 북핵문제에 대한 우리 입지는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