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새해는 ‘108배’로 ‘백팔번뇌’ 벗어났으면

108배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불가(佛家)에서 하는 108배에는 무슨 공덕이 있을까? 필자는 일원대도(一圓大道)에 귀의한 지 얼마 안 되어 신심(信心)이 불타 올랐다. 그래서 시작한 것 중의 하나가 108배였다. 한참 108배의 맛이 몸에 배자 욕심이 생겼다. 원불교의 영산성지(靈山聖地)와 서해 기도도량 하섬(荷島) 등 성지를 찾아다니며 무려 300배를 단행했다.

108배를 하다가 300배를 올리니 장난이 아니었다. 온 몸에서 땀은 비 오듯 하고, 정신이 몽롱해지며, 말 못할 희열(喜悅)과 신비(神秘)를 체험한 것이다. 그후 사기악기(邪氣惡氣)에 쪄들었던 얼굴이 조금씩 화열(和悅)과 인자(仁慈)의 모습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불가의 절하는 숫자에 대한 근거는 뚜렷하다. 불교에서 3배를 드리는 것은 삼보(三寶)에 귀의하여 탐심(貪心), 진심(嗔心), 치심(癡心)의 삼독심(三毒心)을 끊고, 삼학(三學, 戒, 定, 慧)을 닦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53배는 53불(佛)에 대한 경배, 1천배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겁(現劫)의 1천 부처님께 1배씩 절을 올리는 것이다. 또한 3천배는 과거, 현재, 미래의 3대겁에 출현하는 3천 부처님께 1배씩의 절을 올리는 예법이다.

원불교에서는 사배(四拜)를 올린다. 천지·부모·동포·법률 등 네 가지 큰 은혜를 향하여 올리는 예법이다. 그렇다면 108배는 무엇인가? 바로 이 108배가 108번뇌(煩惱)의 소멸과 관련되어 있음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108이라는 숫자가 108번뇌를 뜻한다는 것은 쉽게 파악하면서도, 어떻게 해서 중생의 번뇌를 108이라는 숫자로 분류하였는지를 분명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108번뇌는 중생의 근본 번뇌다. 이 108번뇌는 육근(六根)과 육진(六塵, 六境이라고도 함)이 서로 만날 때 생겨난다. 육근은 눈[眼], 귀[耳], 코[鼻], 혀[舌], 몸[身], 뜻[意]의 여섯 가지다. 그리고 육경은 색깔[色], 소리[聲], 향기[香], 맛[味], 감촉[觸], 법[法]의 6진(塵)이다. 이 육근이 육진을 상대할 때, 좋다[好], 나쁘다[惡], 좋지도 싫지도 않다[平等]는 세 가지 인식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좋은 것은 즐겁게 받아들이고[樂受], 나쁜 것은 괴롭게 받아들이며[苦受], 좋지도 싫지도 않은 것에 대하여는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게 방치하는[捨受] 것이다. 그러니까 6근과 6진의 하나하나가 부딪칠 때, 좋고[好], 나쁘고[惡] 평등하고[平等], 괴롭고[苦], 즐겁고[樂], 버리는[捨] 여섯 가지 감각이 나타나기 때문에, 6×6=36, 즉 36가지의 번뇌가 생겨나게 된다.

이 36가지번뇌를 중생은 과거에도 했었고, 현재에도 하고 있으며, 미래에도 할 것이기 때문에 6×6=36에 과거, 현재, 미래의 3을 곱하여 108번뇌가 만들어진다. 이와 같은 108번뇌가 벌어지고 또 벌어져서 팔만사천 번뇌 망상(妄想)을 이루게 되고, 그 번뇌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무수히 왔다 갔다 하면서 마음을 흩으려놓기 때문에 중생은 번뇌로 인해 시달리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108번뇌! 이는 우리의 흩어진 마음을 뜻한다. 하나로 모아진 마음이 아니라 바깥으로 흩어진 마음이다. 그리고 마음이 끊임없이 흘러 내려가는 유전(流轉)을 뜻한다. 이와 같은 108번뇌와 깊이 결속되어 있는 삶이 중생의 삶이다.

그러나 이같은 108번뇌는 108번의 절을 하는 동안 스스로 순화(馴化)되어 삼매(三昧)의 힘으로 변화된다. 그러니까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일심의 원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환멸(還滅)의 시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무한한 능력, 영원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이 번뇌를 따라 밖으로 밖으로 뿔뿔이 흩어질 때는 무기력·무능에 빠지고 끝없는 생사의 유전 속으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번뇌 속으로 끊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삼매의 힘은 다시 되살아나고, 원래의 무한 능력이 우리에게서 한번도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108배로써 108번뇌를 끊는 것이다. 이 108배 속에는 번뇌를 쫓아 흘러 내려가는 삶을 일심의 원천으로 돌리겠다는 의지가 숨겨져 있다.

유전이 아니라 환멸의 삶, 번뇌 이전의 영원 생명으로 돌아가 진리와 하나가 되는 삶, 곧 성불(成佛)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번뇌는 끊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하나로 모을 때 번뇌는 저절로 사라진다. 그러니까 108배는 번뇌를 끊는 의식이 아니라 깊은 삼매 속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방편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매일매일 108배의 정진(精進)을 통하여 삼매 속으로 몰입할 때 우리의 모든 업장(業障)이 차츰 녹아나게 된다. 삼매와 환멸과 성불, 이것이 우리가 108배를 하는 까닭임을 알아야 한다.

108번뇌가 완전히 소멸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108배를 생활화하면 마음이 점차 모이고 맑아져서 언젠가는 삼매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진리의 가피(加被)를 얻어 재난은 스스로 피해 가고, 가정은 두루 편안해지며, 기쁨과 행복이 충만해지게 된다.

그럼 108번뇌의 공덕을 한번 알아보자.

첫째. 절하는 동안 참회하는 마음이 일어난다.

둘째. 저절로 하심(下心)하게 되어 아상(我相)을 내지 않게 된다.

셋째. 번뇌 망상이 사라지고 마음이 맑아진다.

넷째. 세세생생 지어온 업장이 녹아내린다.

다섯째. 사은(四恩)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여섯째. 마음이 즐거우니 화열과 인자가 넘친다.

일곱째. 마음속에 기원하던 일들이 점차 이루어진다.

수도인(修道人)이 구하는 바는 마음을 알아서 마음의 자유를 얻고자 함이다. 우리 108배 수행을 통해서 일곱 가지공덕을 얻고 생사를 자유로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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