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김성환’ 유홍준 “고바우 영감의 촌철살인, 정문일침”
머리카락이
한 올 뿐인 사람이 있었네
한 올뿐인 머리카락은 시대를 읽는
안테나, 세상에서 가장 높은 자가 혼쭐이 나고
세상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과 불법과
변칙이 야단을 맞았네 눈 밝은 우리 동네
고바우 영감
의 촌철살인, 정문일침
아침마다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펼치고 우리는 고바우 영감부터 찾았네
한 올뿐인 머리카락은 세상을 느끼는 안테나, 탄압받고
박해받고 억눌린 사람들 편에 서서
풍자(諷刺)야 풍자(風姿), 우리들이 못다 한 말을 시원하게 내뱉어 주었네
머뭇거리지 않는 사람이었네 그는
정곡을 찌르는 사람이었네
한 올 뿐인 머리카락은
우리들의 자존심, 우리들의 희망
최첨단 컴퓨터를 켜고 아무리 웹툰을 들여다보아도
그때 그 네 칸짜리 방을 드나들며 짧은 몇 마디로 세상 간섭 다 하던
고바우 영감만 한 사람을 만날 수가 없네
춘풍추우(春風秋雨), 고바우 영감이 살아 있다면 지금 무슨 말을 할까
나 종종 그것을 생각하네
● 김성환(金聖喚, 1932~ ): 만화가.
● 유홍준: 1998년 《시와반시》신인상 등단. 시집『상가(喪家)에 모인 구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