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그렇게 내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박노해 “긴 침묵 속에 천천히 비틀비틀”

체 게바라

시가 흐르지 않는 것은

상대하지도 않았다

 

아름답지 않은 것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성스럽지 않은 것은

다가서지도 않았다

 

내 모든 것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랑도 노동도 혁명도

 

얼마든지 아름답게 할 수 있는 것을

아무렇게나 하는 것은 견딜 수가 없었다*

힘들어도 詩心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괴로워도 성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을

아무렇게나 하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내 모든 것은

그렇게 무너져 내렸다

 

이념도 조직도 투쟁도

그렇게 내 모든 것은

다시 시작되었다

 

긴 침묵 속에 천천히 비틀비틀

*체 게바라에게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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