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법원, “웜비어 유족에 5억달러 배상하라” 北 정부 입장은?
[아시아엔=막심 마카리체프 러시아 일간 <로시스카야가제타> 기자] 워싱턴 법원은 올해 4월 프레드릭과 신시아 웜비어 부모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정치적 의미가 담긴 특별한 판결을 내렸다. 평양호텔에서 선전 포스터를 훔친 죄로 북한 법정에서 15년간 노동 교화형을 선고받고 미국에 돌아와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들은 제소장에서 북한정부 예산으로 감당할 수 없는 액수인 수십억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들은 정권이 묵과하는 가운데 북한 간수들이 자신의 아들을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오토 웜비어는 2015년말 미국 대학생 그룹의 일원으로 북한관광을 떠났다. 웜비어는 학교에서 우수한 학생이었고, 스포츠를 좋아했으며 런던의 유명한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하고 투자전문가로 경력을 쌓을 생각이었다. 그는 유명 회사 중 하나로부터 입사 요청을 받은 상태였다.
워싱턴 DC 콜롬비아 카운티 연방지방법원 베릴 하월 판사는 상당히 엄중한 판결을 내려 북한정부가 웜비어의 부모에게 5억달러를 지불할 의무가 있다고 선고했다. 이 금액은 북한 국민총생산의 4%에 해당된다. 북한정부는 이 판결에 대해 곧바로 논평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어떤 성명도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 판결대로 손해보상을 하지는 않을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미국내 북한 자산에 대한 압류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실제적으로 미국 내 북한 자산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 대신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제2차 정상회담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법원의 결정이 한편으로는 아들을 잃고 절망한 부모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달래주었을 뿐 아니라 다른 편으로는 정치적인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2년전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로서 계속적으로 북한 정권의 잘못을 지적하며 북한을 화해할 수 없는 집단으로 단죄했다.
작년 오토 웜비어의 죽음은 그렇지 않아도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어렵던 북미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그러나 예상치 않게 북미관계가 갑작스럽게 개선되며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미대통령이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하기까지 했다. 이후 트럼프한테서는 과거와 같은 공격적인 언사(言辭)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미국 엘리트층의 반대자들이 김정은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계속해서 김정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 내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정부가 오바마 대통령때부터 북한에 대해 삼가고 있는 표현을 여전히 그대로 사용하며, 북한을 거의 ‘악의 축’이라 보고 있다. 미국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북미관계의 접근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반대파들의 항의를 만족시켜 준 것이다. 또한 미국 법원은 웜비어가 북한에 체류하는 18개월 동안 고문을 받아서 송환될 당시 이미 매우 심각한 상태에 있었다는 미국 수사 당국의 주장을 인정했다.
하월 판사는 특히 판결을 내리면서 웜비어의 주치의였던 대니얼 캔터 박사의 증언을 인용했다. 대니얼 캔터 박사는 지난 10월 재판부에 제출한 서면진술서에서 웜비어 씨의 사인에 대해 “뇌 혈액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웜비어는 얼마 동안 북한 감옥의 병원에서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이 후에야 북한 당국은 웜비어의 부모가 그를 미국으로 데려가도록 허락했다. 6월 13일 웜비어는 북한 감옥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혼수상태여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으며, 심각한 뇌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일주일 후 그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사망했다.
그러나 웜비어의 사망원인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의 부모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아들의 시체 부검과 법의학적 감정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22세였던 웜비어의 사망 원인에 대해 여러 억측이 나올 근거를 제공했다. 웜비어가 북한에서 돌아와 입원한 신시내티 시 병원 의사들은 그의 신체에서 어떤 고문이나 학대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몇몇 미국 언론들은 특정 정치세력들에게 유리한 입장을 제공해주고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잔인함을 증명하는 여러 다른 버전의 사망 시나리오를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선전하고 있다. 올해 10월 이 언론들은 웜비어가 감옥에서 고문을 받았다는 새로운 증거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 증거들이란 2000년대 CIA가 비밀 감옥에서 사용했던 것과 유사한 것으로 물 속에 처박거나 전기 충격을 가하고, 질식시키는 것과 같은 고문의 흔적이다.
북한정부는 고문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강경하게 부인하고 있으며, 웜비어가 수면제의 일종을 대량으로 복용했고, 보툴리누스균으로 인한 식중독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일종의 수면제 과다복용이 오랜 감옥생활에 지친 신체에 결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등경제대학 법학과 돔린 교수는 이러한 법원 결정이 북한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이 선고한 판결을 집행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하월 판사가 선고문에서 “북한의 독재 정권이 세계를 상대로 한 사기극과, 미국과의 대치상태에서 웜비어를 노리개로 이용했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치외법권적인 효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이 몰수할 수 있는 미국 내 자산을 갖고 있지 않은 주권국가이다. 따라서 미국법원이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있지만, 그 결정이 북한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한다. 게다가 웜비어의 사망정황이 이전과 마찬가지로 끝까지 확실하지 않은 상태인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의 부모들이 시신 부검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돔린 교수는 이 결정이 처음 협상력을 높여서 다음에 양보하는 척하면서 미국에 유리한 입지를 끌어내는 트럼프 미대통령의 대외정책 구사 방법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9년 북한과의 협상을 계속할 의향이 있는 미국 정부는 이같은 방식으로 논쟁거리를 마련하고 있다고 돔린 교수는 말한다. 그것은 북미관계가 여러 면에서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사건이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사법재판소에서는 개인간의 문제는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돔린 교수는 미국이 과거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해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배제했던 사례가 있다고 말한다. 1984-86년간 니카라과이가 미국이 독재자인 소모사를 지원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한 점에 대해 미국을 제소했을 때 국제법원은 미국측이 유죄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법원에서 선고한 배상금을 한푼도 납부하지 않고 버틴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