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파도의 말’ 김호길 “나도, 나도, 나도, 나도, 눈 맞춰달라는데”

파도와 갈매기

억조창생(億兆蒼生)이란 말 있는데
파도 너희가 꼭 그렇다.
나도, 나도, 나도, 나도,
눈 맞춰달라는데
도대체 누구와 말해야 하나
내 고민이 실로 깊다.

# 감상노트

억조창생이라니. 시인은 군주였구나. 흡사 자꾸 보채며 날 좀 알아달라고 아양 투정 응석을 부리는 파도의 몸짓. 끊임없이 솟았다 스러지는 파랑(波浪)은 나도, 나도, 나도 하며 눈 맞춰달라는 파도의 수다였구나. 만백성의 수다와 실로 고민이 깊다는 군주의 능청은 썩 어울리는 조합 아닌가. (홍성란 시인·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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