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가축시장’ 이승현 “눈물 그렁그렁 울음 우는 송아지”

송아지

영문도 모른 채

엄마와 헤어지고

눈물 그렁그렁

울음 우는 송아지

 

꽃 피고

꽃 지는 봄날에

하늘 한쪽

시리다

 

# 감상노트

정지용은 〈말〉에서 ‘누가 난 줄도 모르고’ 어미와 헤어진 망아지가 ‘밤이면 먼데 달을 보며 잔다’고 했다. 영문도 모른 채 팔려온 송아지의 닭똥 같은 울음이 들린다. 사람이 기르는 짐승은 ‘사람 편’으로 살지만, 사람은 ‘짐승 편’이 아닌가 보다. 지용은 ‘말아, 너는 점잔도 하다마는 너는 웨 그리 슬퍼 뵈니?’라고 했지만 이 시인의 운치(韻致)는 꽃 피고 꽃 지는 봄날에 하늘 한 쪽 시리다고 했다.(홍성란 시인·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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