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총선 인도에 ‘힌두주의’ 광풍···뭄바이에 시바지왕 동상 건립으로 부추겨

인도엔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일부 지역에서 힌두주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아시아엔=김소현 기자] 가야 허왕후의 고향으로 알려진 인도의 지방 소도시 아요디아가 내년 5월 인도 총선을 앞두고 힌두교와 이슬람교 간 갈등의 핵(核)으로 떠오르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극우 힌두 정당 ‘시바지의 군대’(Shiv Sena)와 극우 단체인 ‘세계힌두위원회’(VHP)가 주축이 된 힌두 민족주의 세력이 아요디아에 조속히 힌두교 사원을 지으라고 인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사원 건립부지다. 이들이 라마신 사원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땅엔 이슬람 모스크의 폐허가 남아 있다.

26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1529년 이슬람국가이던 무굴제국 초대황제 바부르가 세운 모스크가 있었다. 1992년 힌두 우익단체들은 군중 15만명을 동원해 바부르의 모스크를 때려 부쉈다. 힌두와 무슬림간 충돌이 격해졌고 뉴델리·뭄바이 등 인도 전역에서 2000여명이 사망했다. 희생자 대부분은 무슬림. 이 사건은 인도 최악의 종교 유혈사태로 꼽힌다. 충돌 이후 힌두교도들은 “이슬람 모스크가 세워지기 전 이곳에 라마신 사원이 있었다”며 힌두사원 건립을 몰아붙이고 있다.

힌두교도들의 대규모 집회가 있던 지난 11월 25일 아요디아에 사는 무슬림 인구 1만5000명은 대부분 도시를 떠나있거나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경찰은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수천명을 배치해 검문검색을 강화했고, 드론까지 띄워 감시했다. 현지 무슬림 지도자 아마드는 “힌두교도들이 대중의 감정을 뒤흔들고 선동하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무슬림들은 “(여기에) 라마신 사원이 있었다는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이들이 26년 전 모스크를 불법 파괴했다”고 말한다.

13억명에 달하는 인도 인구 절대다수인 80% 정도가 힌두교를 믿는다. 무슬림은 1억7000만명이지만 비율로 치면 14% 정도로 정치적인 힘이 없다. 아요디아가 있는 우타르프라데시주는 인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2억명) 주이며, 하원의석(80석)도 가장 많다. 우타르프라데시를 잡아야 인도 정권을 잡는다.

힌두교 신자들의 표심을 결집시키는 데 라마신사원만큼 좋은 소재도 드물다. 나렌드라 모디 현 인도 총리의 인도인민당(BJP)은 2014년 총선 당시 아요디아사원 재건을 공약했고, 우타르프라데시에서만 종전 10석에서 71석으로 약진했다. 종교간 공존을 강조하며 아요디아사원 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던 인도국민회의(INC)는 정권을 내줘야 했다.

야요디아사원 논란이 다시 불붙은 것도 인도의 정치일정과 무관치 않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도 전역에선 주의회 선거가 한창이다. 주의회 선거는 총선 분위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

아요디아사원만 논란이 되는 게 아니다. 집권당인 BJP는 힌두교 지도자들의 대형 동상을 잇따라 세우고 있다. 지난 11월엔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는 힌두 민족주의자이자 독립운동가인 파텔 인도 초대 부총리의 높이 182m짜기 세계 최대 동상이 섰다. 건립 계획 당시 구자라트주의 총리였던 모디 현 인도 총리는 이 사업을 적극 지지했다.

인도 정부는 뭄바이에도 힌두교 왕국 마라타의 시조 시바지왕을 본뜬 212m의 동상을 세우고 있다. 우타르프라데시주 정부는 아요디아시에 라마신 동상을 221m 높이로 세우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게 실현되면 세계 동상 높이 1~3위가 힌두교 관련 인물로 채워지는 셈이다. <텔레그래프 인디아>는 “종교의 이름으로 얻은 권력은 반(反)헌법적이며 민주주의를 갈가리 찢어놓을 것”이라고 사설을 통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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