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회장의 ‘주식 친족 증여’와 ‘단·사·리’

평양 방문 중 사진을 찍는 최태원 SK회장(2018년 9월)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 욕심만 버리면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련만 미욱한 중생은 움켜쥐려고 한다. 우리는 ‘쥘 때와 펼 때’를 알아야 한다. 그 예로 아프리카의 원주민 들은 원숭이를 사로잡는 기막힌 방법을 알고 있다.

나무 밑 둥에다 손이 간신이 들어갈 정도로 작은 구멍을 파고, 그 속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땅콩이나, 밤(栗), 과일 등을 넣어두는 것이 원숭이 생포작전의 전부다. 냄새를 맡은 원숭이는 슬그머니 다가가 구멍 속에 손을 집어넣고 그 속에 든 먹이를 한 움큼 쥔다. 하지만 손을 움켜진 상태에서는 구멍에서 손을 빼 낼 수가 없다.

손을 펴서 먹을 음식을 포기하기만 하면 쉽게 구멍에서 손을 빼낼 수가 있다. 그러나 원숭이는 그걸 포기하지 않고 쩔쩔 매다가 그만 사람에게 쉽게 잡히고 만다. 그러나 ‘쥘 줄만 알고 펼 줄’을 몰라 욕심의 회생양이 되는 것이 어찌 어디 원숭이뿐일까? 세상사 모든 비극이 이 ‘쥘 때와 펼 때’를 알지 못해서 일어난다.

며칠 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SK㈜ 주식 329만주(4.68%)를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사촌들에게 증여했다. 시가로는 1조원 규모다. SK그룹측은 “그룹 회장 취임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지지해준 친족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고 책임 경영을 하기 위해 지분 증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지분 증여 후 낸 입장문에서 “지난 20년 동안 형제 경영진들 모두가 하나가 돼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오늘날까지 함께하며 한결같이 성원하고 지지해준 친족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지분증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최근 가족회의에서 이렇게 지분 증여의 뜻을 밝혔고, 친척들도 취지에 공감했다고 한다.

우리 서민들에게는 꿈같은 얘기지만 대개 탐욕의 화신으로 비쳐지는 재벌에게 벌어진 일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최 회장이 그간 움켜쥔 것을 펼치는 것은 대단히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어디 오늘날의 SK그룹과 최 회장 부(富)의 축적이 어디 최 회장 본인과 일가의 힘뿐이겠는가? 모르긴 해도 SK를 사랑한 온 국민의 힘이 있어서 가능했을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가족들에게 부를 나눴다는 것은 진정한 놓음은 아닌 것 같다. 되레 부의 상당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정도(正道)가 아닐까? 최 회장 역시 그렇게 하리라 믿고 기다려 보련다.

‘염일방일’(拈一放一)이라는 고사(故事)가 있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나를 쥐고 있는 상태에서 또 하나를 쥐려고 하면 이미 손에 쥐고 있는 것까지 모두 잃게 된다는 교훈이다.

사람이 재색명리(財色名利)를 앞에 놓고 무심(無心)하기가 쉽지 않다. 무심이란 아무런 생각과 감정이 없고 세속적 욕망 가치판단에서 벗어난 마음의 상태를 일컫는다. 마음이 없으니 생각도, 느낌도 없다. 그런 사람은 모든 일에 차별과 구별도 없다. 선함도 악함도, 좋고 싫고의 경계도 없다. 그저 허공처럼 텅 빈 마음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 자연에 순응하며 우주의 섭리에 따를 뿐이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하는 삶의 방법을 이 무심에서 찾으면 어떨까?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고 있는 그대로 욕심 부리지 않고 세상을 살아간다면 세상에 다툴 일이 없고, 여와 야도, 진보와 보수도, 전쟁도 없고 평화만 올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론 받아들이기 싶지 않을 것이다.

그 버리고 취하여 집착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해부터 일본에서 ‘단사리‘(斷捨離)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단사리란 끊고斷 버리고捨 떠나는 것離을 뜻하는 말로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 ‘단·사·리’는 본래 생활의 잡동사니를 끊고, 버리고, 떠난다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진리의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 ‘단사리’를 실행하면 여백(餘白)의 아름다움이 생긴다. 우리가 여백의 아름다움을 알려면 욕심, 집착 등을 다 버려야 가능할 것이다.

첫째, 단(斷)은 넘쳐나는 번뇌를 ‘끊는다’는 뜻. 사홍서원(四弘誓願)에 ‘번뇌무진서원단’(煩惱無盡誓願斷)이라 했다. 번뇌가 끝이 없지만 기어이 다 끊겠다는 서원이다. ‘번뇌 즉 보리(菩提)’라고 한다. 번뇌를 괴로워할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그 번뇌를 녹여 내야 한다.

둘째, 사(捨)는 불필요한 것을 ‘버린다’는 뜻이다. 무엇을 버릴까? 탐·진·치(貪瞋痴)를 버리는 것이다. 탐진치를 버리는 것은 모든 수행자의 기본이 되는 공부다. 탐내고 성내는 것만 잘 다스려도 어리석음은 면할 수 있다. 욕심을 버리고, 분노를 견디며, 어리석음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셋째, 리(離)는 끊고 버리는 것을 반복하면서 재물의 집착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집착에서 벗어나야 생기 넘치는 인생을 살 수 있다. 내가 가진 것을 행복하게 널리 나눠 쓰는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빌린 것이다. 인색함은 불행을 자초하는 마음의 병, 돈을 제대로 쓰면 집착을 버릴 수 있다.

‘단·사·리’, 즉 끊고 버리고 떠나는 것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움켜쥐기만 하면 죽는다. 펼치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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