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 식량안보①] ‘찬밥’ 신세 ‘쌀밥’···북한 식량난 해소도 ‘시급’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시절에는 쌀이 귀하여 명절, 제사, 생일 등 특별한 날에만 ‘쌀밥’을 먹을 수 있었다. 60년대에도 이른바 ‘보릿고개’, 즉 농촌에서 가을에 추수한 곡식은 다 떨어지고 봄의 햇곡식(보리)은 익지 아니하여 식량이 궁핍한 춘궁기(春窮期)에 끼니를 굶는 농가가 많았다.
필자도 Pine Tree Club 회장을 맡을 당시인 1961년 3월에 절량농가(絶糧農家)를 돕기 위하여 회원들 모금을 비롯하여 가두 모금활동을 하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앞장서 추진한 경제개발로 80년대 이후 끼니 걱정 없이 잘 살고 있다.
한편 북한은 인민들에게 ‘이밥(쌀밥)과 고깃국’을 먹이는 것이 목표이나 경제사정으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평화통일이 되면 대한민국의 쌀을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9월 27일 “북한이 올여름 폭염과 가뭄으로 올해 쌀 수확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확 시기를 맞아 개인적인 알곡 유통을 전면 금지했다”고 전했다.
또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이 방송에서 “북한은 군대를 비롯해 평양시민, 기관 직원들과 대형 국영기업에서 아직도 배급제(配給制)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줄 식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내년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쌀밥은 수천년간 한국인의 주식이었으며, ‘밥을 먹고 생긴 힘’을 ‘밥심’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전통 한식은 쌀밥에 국, 김치 등을 포함한 기본 음식에 나물, 채소, 생선, 고기 등 다양한 부식(반찬)을 곁들인 균형식으로 비만과 성인병 등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식이다.
요즘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밥=쌀’이란 등식은 유효하지 않으며, 먹을 게 많아져서 ‘쌀밥’이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즉 경제가 발전하면서 식생활도 풍요로워서 밥을 먹지 않아도 다양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쌀밥 대신 건강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서양식단이 유행하면서 쌀 소비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최근 조선일보 설문조사에서 쌀밥을 먹지 않는 이유로 ‘건강·몸매 관리를 위해서’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아 32.1%를 차지했으며, ‘밥 외에도 먹을거리가 많아서’는 28.6%, ‘시간이 부족하고 귀찮아서’는 25.0%, ‘맛이 없어서’는 7.1%, ‘포만감이 커서’는 3.6%로 나타났다. 쌀밥 대신 선호하는 음식으로 빵(20.6%), 고구마·감자·과일 등 자연식(14.4%), 고기(10.2%), 시리얼(6.5%), 선식·셰이크 등 간편 영양식(5.6%), 샐러드(5.1%) 등을 꼽았다.
쌀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면서 쌀 소비가 줄고 있다. 즉 쌀밥은 탄수화물 덩어리로 당뇨병의 주범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건강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쌀밥을 멀리하고 있다. 쌀밥 한 그릇(공기)은 약 210g이며, 열량은 313kcal로 높은 편은 아니다. 쌀의 영양성분을 보면 탄수화물 외에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 등 우리 몸에 필요한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다.
일반 백미(白米, Well polished rice, Japonica type) 100g에 함유되어 있는 영양성분을 다음과 같다. 에너지 372kcal, 수분 10.8g, 탄수화물 81.9g, 단백질 6.4g, 지질 0.5g, 회분 0.4g, 섬유소 0.3g, 칼슘 4mg, 인 140mg, 철 0.4mg, 나트륨 66mg, 칼륨 163mg, 비타민B1 0.11mg, 비타민B2 0.04mg, 나이아신 1.5mg 등이다.
쌀밥은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주며, 열량을 내는 에너지원으로 밀가루 음식보다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적당히 먹으면 비만이나 혈당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싱거운 채식 위주 반찬으로 식단을 구성하면 건강에 좋은 한끼 식사가 된다. 밥을 먹을 때 짜고 매운 반찬은 가급적 피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