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원불교 김주원 새 종법사의 경우

2011년 8월 한국의 7대 종단 대표들이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김주원 원불교 새 종법사(맨 오른쪽)는 당시 교정원장으로 강운태 광주시장, 최근덕 성균관 관장, 임운길 천도교 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 김희중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왼쪽부터) 등과 나란히 했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우여곡절 끝에 불교조계종 새 총무원장으로 원행스님이 9월 28일 선출되었다. 그런데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후보 3명이 선거 보이콧을 했다. 그 어느 곳보다 깨끗하게 치러져야할 종교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이렇게 된 것은 같은 종교인 입장에서 여간 가슴 아픈 일이 아니다.

왜 이런 불행한 일이 생긴 것일까? 불교인들은 이 사태를 ‘권승(權僧)들의 농단’ 때문이라고 한다. 권승은 권세를 가진 승려를, 농단은 이익이나 권리를 교묘한 수단으로 독점하는 것을 말한다. 제36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거(28일)를 앞두고 후보 네명 중 혜총·정우·일면 스님이 26일 공동사퇴를 선언했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현직 총무원장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 끝에 치러진 것인데 후보들의 돌연 집단사퇴로 조계종은 더 큰 파국을 맞게 됐다. 혜총·정우·일면 스님은 26일 오전 공동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두터운 종단 기득권 세력들의 불합리한 상황들을 목도하면서 참으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며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바로잡고자 후보를 사퇴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후보들은 사실상 자승 전 총무원장 측이 원행스님을 지지하는 선거 판도가 사퇴 이유임을 시사했다. 자승 전 총무원장은 은처자(숨겨놓은 아내와 자녀) 의혹 등으로 물러난 설정 전 총무원장 이전에 8년간 총무원장을 연임했고 원행스님은 이번 선거에서 유력후보로 꼽혔다.

혜총스님은 “권승들이 많은 사부대중을 농락하는 일은 없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사퇴를 결의했다”고 했다. 정우스님은 “악법도 법”이라며 “우리는 지금의 선거가 불합리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며 이미 구성된 선거인단 스님들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혜총·정우·일면 세 후보가 공동 사퇴함에 따라 선거는 원행스님 단독후보로 치러졌다.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간선제다. 총무원장 선거인단은 현 중앙종회 의원 78명과 전국 24개 교구 본사에서 선출한 240명을 합해 318명으로 구성된다. 단독후보일 경우 선거인단 과반수 찬성이면 당선된다.

불교개혁행동은 “청정한 교단불사를 성취하기 위해 불교파괴세력의 이러한 작당과 음모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승 적폐세력의 주도하에 치러지는 체육관 줄 세우기 선거로 진행되는 총무원장 선거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우리의 이러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자승 적폐세력이 총무원장 선거를 강행한다면 사회 일반의 도덕성에 미치지 못하는 총무원장 후보자에 대한 폭로를 하여 설정스님에 이은 허수아비 총무원장 선출을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참으로 안타깝다. 지난 9월 18일 원불교에서는 제15대 종법사로 전산(田山) 김주원(金主圓) 종사를 선출했다. 임기 6년의 새 종법사는 교조(敎祖) 소태산(少太山) 부처님과 정산종사, 대산종사, 좌산상사, 경산 종법사에 이어 교단을 새롭게 이끌게 된다.

전산 김주원 종법사 당선자가 확정되자, 중앙총부는 33번의 개벽대종 타종으로 새 주법의 탄생을 만방에 알렸다. 제15대 종법사 선거에 앞서 9월 13일 정수위단원(正首位團員) 선거와 16일 봉도(奉道)·호법(護法) 수위단원 선거를 거쳐 단원 34명을 뽑았다.

그리고 임시수위단회에서는 종법사 선거에 34명 단원 중 33명이 참여하여 새 종법사를 선출했다. 종법사 선거규정에 의하면 수위단원 재적 단원 3분의 2이상 득표해야 종법사에 당선된다. 종법사는 원불교교단의 주법(主法)으로 교단을 주재(主宰)하고 원불교를 대표한다.

김주원 종법사 당선인은 원불교중앙총부 정문에서 따뜻하게 맞이한 수위단원들과 회의실로 이동해 죽비를 전달받고 첫 수위단회를 주관했다. 이어 영모전(永慕殿) 봉고(奉告)를 마친 뒤 중앙원로원, 수도원 원로교무들과 총부직원, 예비교무들에게 인사와 꽃다발을 받았다.

종법사 당선인과 새 수위단원들은 소태산 부처님 성탑-정산종사 성탑-대산종사 성탑-구 종법실을 참배한 뒤 경산 종법사에게 당선인사를 했다. 종법사 이·취임식인 대사식(戴謝式)은 11월4일 중앙총부 영모전 광장에서 거행된다.

원불교의 종법사 후보는 법위가 원정사(圓正師) 이상, 연령 74세 이하로 하며, 후보추천은 정수위단회에서 한다. 종법사는 수위단회(정수위단 남녀 각 9인, 봉도수위단 8인, 호법수위단 8인, 총 34인)에서 수위단회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한다. 그리고 중앙교의회(中央敎議會)에서 추대하며 수위단회 의장이 된다. 임기는 6년이며 한차례 연임할 수 있다.

얼마나 깨끗하고 아름다운 지도자 선출방법인가? 일체의 잡음이나 혼란도 없다. 종법사 선출 전에는 누구도 수위단회의장에 출입이 금지된다. 수위단원일지라도 새 종법사를 선출하기 전에는 회의장을 나올 수도 없다. 마치 천주교의 교황 선출방식과 흡사하다.

새 종법사가 탄생되면 개벽대종을 타종하고 수의단원 전원과 원로법사들 그리고 경합을 벌였던 후보들까지 모두 맨땅에 맞절을 올리며 새 종법사의 탄생을 경하(慶賀)드린다. 새 시대의 새 종교는 지도자 선출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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