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농무’ 신경림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경기도 김포시 한네연(한국네팔연대) 자매마을인 네팔의 디딸마을 주민들이 전통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 조진수 작가>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 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향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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