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네팔, 왕정시대로 되돌아가나?···’형법 개정안’ 언론자유 크게 제약
[아시아엔=김소현 기자] 네팔 정부는 17일 기밀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위법행위로 규정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사생활 관련 정보가 담긴 기사를 보도하거나 녹음 혹은 촬영을 허가 없이 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 및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다. 명예훼손의 경우에도 똑같이 처벌받는다.
이에 따라 당국은 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기자들의 취재 및 보도활동이 국가의 단합에 영향을 준다”며 기자들에 대한 협박과 체포로 언론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기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형법개정안이 언론탄압에 남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네팔 언론들은 “반대의견에 편협한 시각을 가진 정부가 이 법을 통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잠재우려 한다”며 비판했다.
이에 네팔기자연맹 고빈다 아차리아(Govinda Acharya) 회장은 “이 법은 기자들을 침묵시키고 탐사보도를 막는데 악용될 수 있다”고 <AFP> 인터뷰에서 말했다.
네팔의 저명한 정치풍자 만화가인 라지쉬(Rajesh KC)는 “우리 언론인들의 책무는 권력자들의 잘못과 권력남용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라며 “이 법은 우리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는 네팔의 민주주의를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개정된 법은 네팔이 권위주의로 향해 추락해 가는 것과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네팔의 주요 일간지 중 하나인 <카트만두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형법 개정안은 해석의 여지가 많다. 이는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기소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며 “정부는 이 법안에 대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네팔의 미디어산업은 10년 전 군주제 폐지 후 수십 개의 신문과 뉴스 채널이 급증하며 활기를 띠고 있다. 2015년에는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군주제 통치 기간 횡행하던 뉴스검열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새 헌법이 제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경 없는 기자회’는 네팔의 언론자유와 관련해 전체 조사대상 180개국 중에서 106위에 그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