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지사 무죄판결···여성계 “국가는 없다”, 원불교 “진리의 심판 남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진=뉴시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인적위자(認賊爲子)라는 말은 직역하면 ‘도둑을 자식이라 인정한다’는 말이다. 비위나 비리 등 잘못된 생각을 진실이라고 믿는 세상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인간이 인간을 판단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했다.

엊그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적 스캔들 재판이 무죄로 결론이 나왔다. 이 무죄판결을 보고 세상이 여간 시끄러운 것이 아니다.

여성단체들이 주말인 18일 오후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사법부와 수사기관을 규탄했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시민행동)은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살겠다 박살내자’ 집회에서 “안 전 지사 무죄판결은 성평등 사회로의 전환을 기대한 시민에게 큰 좌절을 안겼다”며 “국가권력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되는 사회에서 더는 살지 못하겠다는 여성들이 거리로 나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전 지사를 고소한 김지은(33) 전 충남도 정무비서는 정혜선 변호사가 대독한 편지에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상식적인 판결을 하는 판사를 만나게 해달라 간절히 바라는 것이며 (이를 바로잡을 때까지) 이 악물고 살아있겠다”고 했다. 그녀는 “죽어야 미투로 인정된다면 죽어야 하나 생각도 했다”며 “판사님들은 제 목소리를 들었는가. 검찰이 재차 확인한 증거들을 봤는가. 듣지 않고 확인하지 않으면서 왜 묻나. 왜 내 답변은 듣지 않고 가해자 말을 귀담아듣는가”라고 말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피해자가 왜 꽃뱀으로 불리는가’ ‘침묵은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 ‘위력에 의한 성폭력 안희정 무죄판결을 규탄한다’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못살겠다’ ‘박살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는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씨와 고은 시인의 성폭력 사실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 등이 참여했다.

앞서 재판부 주심인 조병구 부장판사는 무죄선고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피고인인 안 전 지사가 업무상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 김씨를 강제추행 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할 만한 증명에 이르지 못했다. 피고와 피해자의 위력관계는 인정하나 피고가 간음, 추행행위, 기습추행에 대해서도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

그렇다면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진정 죄가 없는 것일까? 아니다. 세간 법에는 비록 무죄를 판결했다고 하더라도 그에게는 진리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원불교 2대 종법사를 역임하신 정산(鼎山) 종사님은 <정산종사법어> ‘원리편 43장’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간의 재판에도 삼심(三審)이 있듯이 법계(法界)의 재판에도 삼심이 있나니, 초심은 양심의 판정이요, 2심은 대중의 판정이요, 3심은 진리의 판정이라, 이 세 가지 판정을 통하여 저 지은대로 호리도 틀림없이 받게 되나니, 이것이 세간의 재판만으로는 다 하기 어려운 절대 공정한 인과 재판이니라.”

비록 세속의 재판은 피할 수 있으나 진리의 인과재판은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진리와 정법(正法)을 믿는 사람들은 ‘법계의 3심제도’가 있음을 알고 있다. ‘피고인 안희정’은 세속재판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었지만, 만약 죄가 있다면 추호(秋毫)도 틀림없는 진리의 심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안 전 지사는 지난 3월 수행비서 김지은씨가 지속적으로 성폭행 당했다고 폭로하자 지사직에서 사퇴하면서 정치 활동을 일절 중단했다. 안 전 지사는 폭로 직후 SNS에 “정말 죄송하다.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용서를 구한다”는 입장문을 올렸다. 이것이 바로 정산 종사님이 말씀하신 법계재판의 초심인 ‘양심판정’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 3월 미투(#MeToo·나도 피해자다) 폭로가 제기되자 민주당은 안 전 지사를 즉시 출당·제명시켰다. 이번 무죄판정에 대해서도 친정이던 더불어민주당은 무죄 판결을 외면했고, 야당들은 일제히 법원의 판결을 비판했다.

무죄판결로 여론은 오히려 더 싸늘해졌다. 정산 종사님이 말씀하신 법계의 2심인 ‘대중의 판정’이 내려진 것이다.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에게 법계의 불가판정이 내린 것이다. 또한 법계의 3심인 ‘진리의 판정’은 정치인에게는 치명타인 ‘이미지 손상’일 것이다. 법리를 떠나 ‘불륜 이미지’가 남아 도덕적 타격이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녀 정치인으로 재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우주에는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진리가 있다. 인과란 원인과 결과를 합쳐 말한다. 그 둘을 별개가 아니며 그 사이에 존재할 조건들 역시 배제하지 않는다. 그 사이의 조건들을 우리는 연(緣)이라고 한다. 인(因)은 연을 사이에 두고 결과를 맺고, 모든 결과는 다시 원인과 연결된다.

이 원인과 결과를 합쳐보면 이 세상에 우연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가 곧 원인이고, 원인이 곧 결과인 것이다. 불가(佛家)에서는 인과율(因果律)의 적용을 현재의 삶에만 적용하지 않고 내세(來世)로까지 확장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이생에서 나쁜 일을 하면 다음 생에 좋지 못한 존재로 태어난다고 하는 것이다.

이 원리는 단순히 세상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불가에서는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 속에 ‘나’를 비롯한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고 바로 여기에 관련된 법칙이 연기(緣起)다. 또한 과보(果報)가 나타나는 시기를 셋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첫째, 순현보(順現報). 금생에 지어서 금생에 그 과보를 받는 것으로 아주 나쁜 행위나 아주 선한 행위를 할 때 금생에 지어서 금생에 받게 되는 것이다.

둘째, 순생보(順生報). ‘생을 따라서 과보를 받는다’는 뜻으로 전생에 지은 것은 금생에 받고, 금생에 지은 것은 내생에 받는다. 지금 바르게 살고 있는데도 일이 잘 안 되는 것은 전생에 잘못한 것을 지금 받는 것이고, 지금 선한 일을 한 것은 내생에 가서 받을 것이라는 말이다.

셋째, 순후보(順後報). 전생에 지은 것을 금생에 안 받고 금생에 지은 것을 내생에 받지 않는 경우다. 서로 인연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가 되면 받을 것은 반드시 받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주는 상벌(賞罰)은 유심(有心)으로 주는지라 아무리 밝다 하여도 틀림이 있다. 하지만 진리의 심판은 無心으로 주는지라 선악 간 지은대로 털끝만치도 다르지 않게 보응(報應)한다. 그런데 인간이 어찌 무죄를 받았다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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