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난 별세] 역대 유엔사무총장 퇴임 후 정치권·NGO·연구단체 등서 활동

코피 아난 “유엔총장으로 어려운 생기면 ‘함마르셸드라면 어떻게 했을까’ 스스로 물어”

[아시아엔=편집국] 18일 별세한 코피 아난을 포함해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인물은 현직의 안토니우 구테흐스를 제외하고 총 7명이다. 임기 중 비행기 사고로 순직한 2대 다그 함마르셸드(스웨덴)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의 퇴임 후 행보는 거의 반반씩 갈렸다.

함마르셸드는 1960년의 콩고내전 때 구소련 등으로부터 사무총장 사임 압박을 받았지만 굴복하지 않은 채 “유엔은 소련 혹은 강대국이 아니라 힘없는 모든 나라를 원한다”고 주장, 약소국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냈다. 함마르셸드는 바로 그 콩고 내전을 해결하려고 아프리카를 방문했다가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숨졌다.

코피 아난은 “나는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함마르셸드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4대 총장인 쿠르트 발트하임은 퇴임 4년 후인 1986년 오스트리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된 뒤 대통령직(1986∼1992년)을 맡았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 전인 1971년에도 대권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퇴임 후 대선 재수에 나선 것이다.

페루 출신인 5대 총장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도 퇴임 4년 후인 1995년 대선에 출마했다. 그는 당시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에 패했지만 이후 2000∼2001년 총리직을 맡았다.

초대 총장인 노르웨이 출신의 정치인 트리그브 할브단 리도 퇴임 후 오슬로 주지사와 산업부장관, 무역부장관 등을 역임했다. 이들 3명은 정계로 복귀·진출했거나 정부직을 맡는 선택을 했다.

코피 아난을 비롯해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이집트), 우 탄트(미얀마) 등 나머지 3명은 퇴임 후 비정부기구나 연구단체 등에서 활동했다.

특히 코피 아난은 고향 가나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출마하지 않은 채 2007년 비영리기구 코피 아난재단을 만들어 활동했다. 그는 2012년 시리아사태 국면에서 유엔특사로 파견되는 등 국제무대에서 활동도 이어갔다.

미얀마 외교관 출신이던 3대 총장 우 탄트도 퇴임 후 미국의 애들레이 스티븐슨국제문제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을 맡아 집필과 국제개발 홍보에 전념했다. 미국과 마찰을 빚은 끝에 재임에 실패했던 6대 총장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는 퇴임 후 프랑스어권 국가들의 기구인 프랑코포니 사무총장직을 맡았고, 비정부기구에서도 활동했다.

한편 세계 원로정치인 모임인 ‘엘더스'(The Elders)는 아난 전 총장의 가장 최근 활동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대선을 앞둔 짐바브웨 방문이었다고 소개했다. 아난 전 총장은 유엔에서 퇴임한 직후 이 모임의 회원으로 활동하며 2013년 회장도 지냈다.

엘더스의 그로 할렘 브룬틀란 부회장은 “아난 전 총장이 지구촌 곳곳, 특히 아프리카의 끊임없는 요구에 따라 임박한 위기를 완화할 수 있는 최선책에 대해 차분하게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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