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만한 곳] 통의동 ‘보안여관’···서정주·이상·윤동주·이중섭 숨결 고스란히
[아시아엔=김보배·이주형 기자] 빈티지스러움을 내세우는 곳은 많지만 실제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서울 한복판 통의동의 보안여관은 80년간 그 자리를 지켜왔다.
오랫동안 보안여관을 거쳐간 이들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에는 문인 서정주, 김동리, 김달진, 이상, 윤동주와 화가 이중섭 등 한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법한 예술가들이 포함돼 있다. 서정주 시인은 이곳에 머물면서 동료들과 한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시인부락’을 만들기도 했다.
보안여관은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위기를 맞이했으나, 2007년 복합문화예술공간을 기획하려던 최성우 ‘보안1942’ 대표가 한 눈에 반한 이곳을 인수하면서 ‘창의적인 복원’에 나섰다. 복원의 핵심은 오랜 역사가 담겨 있는 보안여관의 공간적인 가치를 지키며 문화예술과 접목시키는 것이었다.
2010년 리모델링을 마친 보안여관은 1, 2층 방마다 각각의 테마에 맞는 전시를 시작했는데, 타일과 목재 기둥, 벽면 등 곳곳엔 일제시대 때부터 남겨진 흔적들이 묻어나 있다.
보안여관과 연결된 보안1942는 낮에는 서점, 밤에는 술집으로 변하는 지하 2층의 ‘보안책방’, 지하 1층의 전시장, 정갈한 음식과 차를 내놓는 지상 1층의 ‘일상다반사’, 한 권의 책만 판매하는 지상 2층의 ‘보안책방-한권서점’, 지상 3~4층엔 문화 투숙객을 받는 ‘보안스테이’를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보안여관은 예술가만을 위한 공간을 표방하진 않는다. 최성우 대표가 “예술가들의 에너지가 사회와 만나는 공간이 되길 꿈 꾼다”고 바랐듯이 보안여관은 이곳을 찾는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건물은 자란다”를 운영철학으로 삼고 있는 보안여관은 문화예술과 사회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자라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