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만한 곳] 쌀국수 전문점 노량진 ‘사이공리’···숙취해장에 안성맞춤
[아시아엔=이주형 기자] 가벼운 한 끼 식사 또는 숙취가 남아있는 날 해장하기에 안성맞춤인 음식 쌀국수. 불과 몇년 전까진 일부 대형체인을 제외하면 서울에서조차 전문식당을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굳이 번화가가 아니더라도 동네마다 한두 곳쯤은 발견할 정도로 많아졌다.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사이공리는 문을 연 지 1년 정도 밖에 안된 곳이다. 그러나 맛과 가성비로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고, 2017년 가을 유명 TV프로의 베트남 음식 맛집으로 소개되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누렸다. 얼마 전엔 근처로 확장 이전도 했다.
눈 내리던 어느 봄날 찾아간 사이공리. 평일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고 날씨까지 궂었지만 자리잡지 못하고 기다리는 손님들이 있었다. 방송 이후 큰 인기를 누리다 변질돼 사람들 발길이 끊기는 곳이 간혹 있지만, 사이공리는 그러한 케이스에 속하진 않는 듯하다. 사이공리의 쌀국수와 반미(飯米)는 여전히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확장 이전했다곤 하나 자리가 비좁고, 점심시간이나 주말엔 어느 정도 기다림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불편할 수는 있다. 사이공리가 단기간 내에 부쩍 커버린 사람들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곳이 정말 부담 없는 가격대에 베트남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 중 한곳이란 사실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 쌀국수-Pho-의 역사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1920년대 베트남 북부에서 시작됐으니 100년이 채 안된 셈이다. 초창기 쌀국수는 지금과 많이 달라 시나몬, 팔각, 정향 등의 향신료와 참기름, 두부 등으로 만들었으며, 농경국가의 특성상 소가 귀해 소고기는 들어가지 않았다.
프랑스 식민지배의 영향으로 익히지 않은 소고기가 들어간 쌀국수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후 익힌 소고기를 넣은 쌀국수가 탄생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쌀국수의 세계화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오랜 내전으로 베트남엔 수많은 난민이 발생했고, 이들이 세계 각지에 정착하면서 쌀국수도 전세계로 전파됐다.
*사이공리를 대표하는 쌀국수. 맑고 깔끔한 육수, 넓고 얇은 면이 특징이다. 가격대를 고려하면 곁들여져 나오는 고기의 맛과 양도 훌륭한 편이다. 무겁지 않은 육수와 면발, 고명 3박자가 잘 어울어져 거침 없이 흡입하기 좋다.
*가성비 극강의 포크 반미.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를 사이공리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안의 돼지고기는 생김새로 보나 맛으로 보나 제육볶음과 비슷해 한국인의 입맛에도 알맞다. 바짝 구워진 바게트 빵도 바삭한 식감을 자랑한다.
*쌀국수 혹은 반미 한 메뉴만으론 부족한 대식가를 위한 사이드 메뉴 짜조도 있다. 별미를 찾는 이들에겐 비빔쌀국수가 제격이다. 사이공리는 베트남 로컬 맥주도 판매하는데 음식과 맥주 한 병 즐기다 보면 행복한 포만감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