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N 특집-코미디④] ‘웃찾사’ ‘개콘’ 등 위기의 한국 코미디, 탈출 묘안은?
[아시아엔=알파고 시나씨 기자] 한국 코미디가 최근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위기는 작년에 시작해 지금은 뚜렷하게 수면 위에 떠올라 있다. SBS <웃찾사>가 폐지되고 대학로에서 수많은 코미디언들을 키워준 ‘깔깔이패밀리’는 문을 닫았다. KBS에서 아직도 버티고 있는 <개그콘서트>도 예전처럼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개그시장에서 어떤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사실 개그는 코미디언과 그 코미디언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관객 사이에 존재한다. 마치 음악과 비슷하다. 가수들은 자기 스타일을 좋아하는 관객 앞에서 주로 공연을 한다. 그러나 90년대 말부터 대부분 코미디언들이 방송국으로 몰리면서 이런 구도가 흐트러졌다. 코미디언들이 자기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 관객이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매번 새로운 대본을 준비해야 했다. 방송의 공공성 탓에 일부 시청자들이 코미디언의 불편한 개그에 대해 문제 삼는 일도 흔히 일어났다. 이 패턴이 반복하면서 방송에서 할 수 있는 개그의 범위는 점점 좁아졌다. 좁은 범위에서 개그를 잘 하려는 코미디언들은 어느 순간부터 이미 발표했던 콘텐츠를 반복하면서 재미의 수준을 떨어뜨렸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한국사회에서 코미디언들의 위치다. 한국에서는 연기 배경이 없는 모델이나 가수들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배우가 돼 영화에 진출할 수 있는 반면 일종의 배우로 연기하며 활약한 코미디언들의 영화 진출은 거의 막혀있다. 한국의 예술 및 예능시장에서 코미디언들의 지위가 모델이나 가수에 비해 낮다 보니, 새로 입문하는 코미디언들의 장기목표는 MC로 데뷔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코미디언들의 지위는 한국처럼 낮지 않다. 특히 필자의 고향인 터키에서 코미디언들은 예술 및 예능시장에서 톱스타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한국 코미디언들은 자신들의 예술을 살리면서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낸 것이 두 가지다. 하나는 인터넷방송을 통해 관객과 직접 만나는 것이다. 최근에 와서 많은 한국 코미디언이 특히 유투브에서 개인채널을 개설해 재미있는 영상들을 공유하고 있다. 유투브에서 나오는 광고료나 직접 수령하는 광고료는 코미디언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에 하나가 개그우먼 강유미다.
또 다른 방법은 스탠드업 코미디다. 20년 전 코미디언들이 방송국들로 대거 몰려들면서 고사 직전에 빠졌던 스탠드업 코미디가 부활한 것이다. 코미디언 유병재가 기획한 개인공연이 단초가 됐다. 유병재의 공연 이후 공중파방송에서 공채 개그맨으로 활동해 왔던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 등이 콩트 방식을 버리고, 매주 꾸준히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 섰다. 그들은 처음에는 홍대 부근에서 매주 한 차례 공연하다가 반응이 좋아지면서 강남으로 옮겼다. 신예 코미디언들이 합류하면서 매일 공연하고 있다. 이들 젊은 코미디언들의 성공은 시장에 생생한 공기를 불어넣었다. 40대를 넘긴 원로(?) 코미디언들도 최근 들어 스탠드업 코미디에 나서고 있다. 남희석, 유민상, 박영진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일본에서 핫한 ‘만자이’ 즉 만담과 ‘듀-스탠드업’ 공연도 부활했다. ‘곽범과 이창호’, ‘송영길과 정승환’이 이 분야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공채 코미디언들을 통해 펼쳐지는 콩트 코미디는 절대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지금의 위기사항을 통해 한국 코미디가 필살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