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음법칙·사이시옷 없애달라”는 청와대 청원을 보고

에덴동산에서는 어떤 말을 사용했을까?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의대 교수, <뉴패러다임 과학과 의학>? <생명의 물 기적의 물> <머리에서 가슴으로> 등 저자] 재미없는 강의시간에 졸고 있는 학생들을 향해 “에덴동산에서 어떤 말을 썼을까?”?하고 물었다.?학생들은 황당해한다.?

최근 두음법칙과 사이시옷을 없애달라는 청원이 청와대에 접수되었다고 한다.?두음법칙과 사이시옷을 꼭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학생시절 한국어의 수도 없이 많은 음운법칙에 질린 적이 있다.?한국어를 처음부터 사용했던 나도 그렇게 힘든데,?외국인들에게 그 어려움은 상상할 수 없을 것 같다.

1960년대까지는 초등학교 시험에도 장음과 단음을 구별하는 문제들이 나왔다.?서울에서 자란 내가 아무리 발음을 해봐도 장음인지 단음인지 판단하기 힘들었다.?예를 들어 물 위를 움직이는 배와 나의 복부를 말하는 배는 장음과 단음으로 이미 한국어에서는 다른 발음인 것이다.?

오늘날 젊은 세대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두음법칙, 사이시옷, 자음접변과 단어마다 상황마다 다른 조사로도 이미 어려움은 절정에 도달해 있는데,?장음과 단음까지 구별해야 한다면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세종대왕 때 창체된 한글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언어일지라도 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음운법칙을 갖고 있다고 보이는 한국어는 아마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일 것 같다.?한국인들은 한글창제 이전부터 두음법칙과 사이시옷 등 복잡한 음운법칙을 사용하고 있었다.

1930년대 전통적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관습에 맞추어서 한글맞춤법을 제정했다.?하지만 그동안 한국인은 편의에 의해서 두음법칙 사이시옷 등의 법칙을 사용하였지만,?그 이후 외국어들을 접촉하게 되면서 다양한 발음을 듣고 발음하다가 더 이상 두음법칙 등이 현대인들에게?무의미하게 된 것이다.?

현대의 젊은 세대들로서는 이런 법칙들이 우리의 언어생활을 왜 억제하는지 당연히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한국말을 표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한글 자체는 매우 과학적이고 배우기도 쉽지만 우리 조상들이 사용하던 한국말은 무척 복잡하다. 그렇기에 그렇게 복잡하게 표현했던 한국말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한글맞춤법이 등장했고,?그 결과 한글맞춤법이 한국말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말은 시대의 산물이다.?한글맞춤법이 한국말을 지배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그 시대의 한국인이 사용하는 한국말을 가장 올바르게 표현하기 위해 한글맞춤법이 있는 것이다.?우리 조상들도 두음법칙을 편의에 따라 사용했을 뿐이지 법칙으로 사용했던 것은 아니다.?그런 의미에서 오래 전부터 두음법칙과 사이시옷을 폐기한 북한의 언어정책이 오히려 앞서가고 있다고 보여진다.?우리도 한글맞춤법을 시대에 맞게 대폭 개정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인간은 언어(말)의 동물이다.?원시종족도 언어체계를 갖고 있다.?인간의?DNA에 언어라는 신비한 기능이 담겨있는 모양이다.?언어는 진화하지 않았다.?오래전 언어인 산스크리스트어나 라틴어는 지금의 어떤 언어보다 더 복잡하다.?그 시대의 언어(말)가 복잡했기 때문에 그 말을 표현하기 위한 글도 그렇게 복잡했을 것으로 추정해본다.

마지막으로 에덴동산에서 어떤 말을 썼는지에 대해서 성경적인 답을 추리해보자.?유석근 목사의 저서?<알이랑 민족>에서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견해를 발견할 수 있다.

바벨탑 사건에서 세상의 언어가 달라져버렸기 때문에 바벨탑 사건이전의 언어는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성경은 노아의 아들 셈의 자손 중 욕단의 경우,?바벨탑 사건 이전에 이미 동쪽의 산간지방에 살게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창세기?10장?30절).?동방의 산간지방은 바로 우랄산맥 알타이 산맥일 것이다.?그 중 어떤 민족이 알타이 산맥을 지나 더 동쪽으로 이동해서 바다가 보이는 끝까지 가서 정착했다.?그들은 고인돌을 만들어 하늘에 제사지냈다.?유목사는 한국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인돌 유적이 발견되는 이유가 바로 바벨탑 사건을 겪지 않은 순수함을 그대로 간직한 욕단의 자손이 한반도에 정착했기 때문이라고 본다.?이 견해는 매우 황당하게 보였지만 동시에 고개를 끄떡일 수도 있는 견해이다.?한국의 고인돌 유적을 설명할 수 있는 성경적 역사적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에덴동산의 언어가 바벨탑 사건 이후에 생겨나 영어를 비롯한 서구의?SVO(주어-동사-목적어)?언어가 아니라 바벨탑 사건 이전 알타이 산맥을 건넜던 민족의 언어구조였을 것이라고 본다.?바로 우랄·알타이어의?SOV(주어-목적어-독사)?구조였을 것이다.?바로 한국어의 언어구조이다.?이것은 물론 진위를 밝히기 어려운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태초의 언어는 가장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오히려 복잡한 언어였을 수 있다.?태초의 모습에 가장 가깝게 존재했던 복잡한 언어인 한국어를 표현하기 위해,?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한글이라는 언어체계가 만들어졌지만 동시에 가장 복잡한 맞춤법 체계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21세기의 지구촌에서 한국어도 변할 때가 되었다.?두음법칙과 사이시옷과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음운법칙은 사라질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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