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8월의 시’ 오세영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오세영 시인.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쯤
녹음에 지쳐 단풍이 드는
가을 산을 생각하는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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