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직은 1등급, 이회영·이상룡은 3등급, ‘대한민국 건국훈장’ 서훈 기준 ‘갈팡질팡’
[아시아엔=박덕진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연구실장] 대한민국 건국훈장은 ‘대한민국 국가 수립에 뚜렷한 공을 세운 자나 국기(國基)를 다지는 데 뚜렷한 공적이 있는 자’에게 수여하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한 분 등에게 수여한다.
건국훈장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건국훈장 대통령장 △건국훈장 독립장 △건국훈장 애국장 △건국훈장 애족장 등 5등급으로 나누어진다. 2016년 9월 현재 독립유공 서훈자는 1만4562명으로 집계된다.
그런데 대한민국 건국훈장은 시행에 몇 가지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첫째, 서훈 대상자에 대한 의도적인 배제다.
영화 <암살>로 널리 알려진 의열단의 약산 김원봉, 주시경을 잇는 한글학자이자 ‘태항산 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진 백연 김두봉, 천재 음악가 정율성,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에 귀순한 대한제국 대신 출신 동농 김가진 등이 그들이다.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했거나 관계했다는 이유로, 친일로 볼 수 있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 등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이들을 외면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원봉과 김두봉은 북한 정권에서 숙청당했으며, 정율성은 ‘신중국 창건 100대 영웅’으로 중국에서 추앙받고 있다.
남북관계가 상호 인정과 호혜에 입각한 평화체제로 접어든 판국에서 대한민국의 서훈이 분단체제의 유산을 벗어던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동농 김가진의 장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장’으로 치러졌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내린 평가를 대한민국 정부가 부정하는 꼴이다.
둘째, 맥락도 체계도 없는 서훈등급 문제다.
대한민국 건국훈장이 5등급으로 나뉘어진 것은 공적에도 경중이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렇다면 그 경중에 대한 판단은 공감을 얻어야 마땅하다. 김구, 윤봉길, 이봉창, 김창숙, 이준, 이시영 등에 대한 1등급 대한민국장 수여는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유관순 열사는 3등급 독립장에 그치고 있다. 이승만 비서 출신의 ‘임병직’ 전 외무부장관은 1등급 대한민국장을 받았다. 반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상징이자 모든 가산을 팔아 간도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우당 이회영 선생이 3등급에 불과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또 가산을 정리해 독립운동에 헌신한 또 하나의 노블리스 오블리제 표상으로 김창숙의 스승이며 상급자였던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령 이상룡 역시 3등급에 그치고 있다. 백범이 깍듯하게 어른 대접하고, 성재 이시영이 형님으로 모신 영원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기둥 석오 이동녕이 2등급이라는 사실은 ‘서훈등급 무용론’마저 떠오르게 한다.
이준 열사를 헤이그 밀사 사건의 상징으로 만든, 실질적인 공로자 보재 이상설 역시 2등급에 머물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훈장 서훈은 분단의 유산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입체가 아닌 단면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일천한 독립운동 연구수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웃지못할 희극, 언제까지 이대로 놔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