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아시아 탐구] 남북·북미 정상화에 대한 러시아 입장은 과연?

[아시아엔=알파고 시나씨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 저자, <하베르 코레> 발행인, <아시아엔> 객원기자]  러시아는 남북 혹은 북미 정상화에 찬성하는가? 한때 중국 망명생활을 보낸 호치민이 건국한 베트남은 건국초기에는 미국과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벌어야 했다. 사회주의 통치를 받고 있는 베트남은 요즘도 냉전시기의 공산주의보다는 중국처럼 자본주의와 화해하는 법을 좇고 있다. 중국과 이웃인 베트남은 중국의 동맹국이기는커녕, 국경분쟁에 휘말린 적도 있다. 지금은 되레 한때 치열하게 싸웠던 미국과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 북미정상회담을 한 북한은 베트남식 개방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제뿐 아니라 외교 면에서도 베트남의 상황이 북한에서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기자는 러시아와 중국이 실제로 북미 정상화에 찬성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특히 러시아의 북미 정상화에 대한 입장이 늘 궁금했다. 물론 얼마 전에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가진 푸틴 대통령이 북한의 최근 외교 행보에 찬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미국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관대한 러시아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부는 기자에게 퍽이나 매력적인 주제였다.

사실 터키 출신으로 한국에 상주하는 기자인 나는 이 주제를 다룰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6월 말 제주포럼을 취재하면서 마침 포럼에 참석한 러시아 정치인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올가 예피파노바 하원부의장과 바딩 덴긴, 옥사나 본다리, 파벨 도로힌 의원이 제주포럼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제주포럼 제공>

제주국제컨벤션센터 기자실에서 기사 작성 중 러시아 정치인 일행이 기자회견을 가질 거라는 안내를 들었다. 그들 중 대표는 푸틴 대통령과 같은 통일러시아당 소속의 올가 예피파노바 하원부의장이었다. 그의 발표문은 예상대로였다. 예피파노바 부의장은 “남북한의 해빙 분위기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북한측의 동의만 있다면 철도연결 프로젝트 등 경제협력이 빨리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의장의 이러한 발언은 푸틴 대통령의 생각과 같은 것이다.

일행에는 ‘공산당’과 ‘러시아자유민주당’ 소속 의원도 있었다. 공산당은 자본주의에 대립되는 입장 탓에, 러시아자유민주당은 우파 민족주의에 의해 반미 성향을 갖고 있다. 필자는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해서 이 정당들이 어떤 입장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런데 나의 질문은 저녁식사를 앞둔 기자실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었다.

“예피파노바 부의장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남북 및 북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발언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방금 전에 하신 말씀은 이미 푸틴 대통령도 했건 것과 거의 일치합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반미성향이 훨씬 강한 공산당이나 자유민주당의 입장입니다.”

나의 질문에 처음에는 다들 웃었지만, 잠시 후 당황한 예피파노바 부의장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하는 눈치였다. 나의 물음에 러시아공산당 소속 파벨 도로힌 하원의원이 발언권을 얻어 답변했다.

“얼마 전만 해도 북한 핵실험과 미국의 전쟁불사 발언이 있었다. 그런데, 불과 몇주 전 열린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경제협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얘기하고 있다.” 도로힌은 “사실 우리 러시아는 반미국가가 아니다”라며 “미국에 있는 일부 우파 진영 민족주의자들이 인종차별을 해서 반러시아 정책을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와 미국 같은 강대국들은 겉으로는 견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항상 긍정적인 포인트를 돌파하도록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냉전시기에 핵무기 감축 합의가 바로 대표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도로힌 하원의원은 “러시아공산당으로서도 북미 정상화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마무리했다.

자유민주당의 답변은 신기할 정도였다. 이 당은 부시 행정부 당시 미국을 대놓고 협박한 바 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당 소속 바딤 덴긴 하원의원은 “우리가 러시아 정당 가운데 트럼프 당선을 가장 진심으로 환영했다”며 “트럼프 이전의 미국 경제정책은 잘못된 것이었다”며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후 미국이 기존의 정책을 버린 것은 합리적이고 바람직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부터 남북한과 러시아는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의 답변은 기자가 평소 갖고 있던 생각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 현직의원들의 답변이란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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