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당선자께
산타마르타교도소 한국인 양 모씨를 기억해주십시오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존경하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당선자님과 멕시코 국민들 앞날에 행복과 영광이 늘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12월1일 시작되는 귀하의 대통령 재임기간 6년간 멕시코가 중남미는 물론 세계 일등국가로 자리매김 되기를 바랍니다.
멕시코 국민들의 절대다수가 귀하의 당선을 바라고 지지를 보낸 뜻을 귀하께선 누구보다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89년만의 정권교체라고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더군요. 3번의 도전 끝에 당선하신 귀하께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귀하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바로 이튿날 멕시코는 브라질과 러시아월드컵 16강전을 치르게 됩니다. 좋은 결과가 나오길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한국이 FIFA 1위 독일을 이겼듯이 멕시코도 역대 최다우승국 브라질을 꺾고 “공은 둥글다”는 진리가 다시한번 입증됐으면 합니다.
귀하께서 후보 시절 “멕시코에 정치혁명을 일으키겠다”고 한 약속이 꼭 지켜지길 바랍니다. 그것은 1억2000만 멕시코 국민들의 바람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강한 의지와 현명한 판단만이 그것을 이뤄낼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만연한 부정과 부패, 인권의 실종, 폭력의 난무, 그리고 마약의 횡행···.
멕시코 국민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멕시코시티 시장 시절 노령연금 도입, 빈민층 지원, 인프라 개선 등 개혁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귀하를 불렀습니다.
빈민가 출신으로 23살 젊은 나이에 고향 타바스코 주에서 정계에 입문할 당시의 꿈과 설렘을 귀하는 여전히 가슴 깊이 간직하고 계시겠지요? 이번 당선은 2006년과 2012년의 낙선을 딛고 세 번째 이룬 것이니 귀하와 국민들의 감회가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갑니다.
저는 귀하의 공약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미래지향적이고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것들이었습니다. 특히 대중들과 호흡하며 ‘멕시코 퍼스트’를 내세워 국민들의 자존감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귀하께선 명분만 내세운 게 아니라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국리민복을 목표로 삼으셨더군요. 포퓰리즘을 앞세워 실현불가능한 정책으로 몰락한 인근 국가들의 ‘허울뿐인 리더십’과 대비됐습니다.
귀하께선 선거공약으로 학생 및 노인을 위한 재정지원 확대, 국영석유사 페멕스의 독점 폐기, 정치인 급여 삭감 등을 공약했습니다. 특히 부패일소에 대한 강한 의지와 대통령 급여 절반 삭감, 대통령궁 대신 자택 거주 등 탈권위를 내세운 공약에 깊이 공감하며 지지를 보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정부패·폭력범죄·불평등에 염증이 난 멕시코 민심이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면서 “최저임금 인상·노인 연금 인상·비료 무상 제공 같은 그의 포퓰리즘 공약도 당선에 한몫했다”고 했다고 보도했더군요.
귀하는 당선소감에서 “부정부패와 폭력 문제를 척결하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겠다”며 “국민이 일하기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같은 다짐이 귀하의 진실성과 헌신을 바탕으로 꼭 이뤄지리라 믿습니다.
귀하는 또 대선 운동 내내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모색하겠지만, 인종차별적이고 패권주의적인 오만한 태도는 수용하지 않겠다”고 일관되게 말했습니다.
일부 언론은 귀하를 ‘좌파 트럼프’라고도 부르더군요.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와 미국이 난민문제 등 갖가지 현안을 지혜롭게 풀며 평화와 인권의 파숫군 역할을 튼실히 맡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럴진대 세계는 ‘좌파 트럼프’와 ‘우파 오브라도르’의 ‘아름다운 동행’에 박수를 아끼지 않을 겁니다.
귀하의 여러 공약 중 마약범죄와 관련한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귀하는 “무력보다는 대규모 사면 등 포용정책을 통해 마약범죄를 줄이겠다”고 하셨더군요. 이는 바로 다음에 말씀드리는 사건과 맥을 같이한다고 보았습니다.
존경하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당선자님.
지금 멕시코시티 교외의 산타마르타 교도소에서 수감중인 양모씨란 한국여성에 대해서 들어보셨는지요? 그녀는 2016년 1월 15일 밤 멕시코 검찰에 강제연행돼 귀하가 대통령에 당선된 날 현재 2년반을 그곳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그를 구속한 사유는 ‘강압에 의한 성매매 알선’인데, 그것은 진실과 너무도 동떨어진 일입니다. 멕시코 검경은 양씨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으며, 사법부 역시 시간만 끌고 있습니다. 아무 연고가 없는 이역만리 멕시코 감옥에서 기약없는 수감생활을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는 사이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산타마르타교도소에서 양씨의 면회와 국정감사를 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한국 외교부 고위 간부들이 멕시코 사법 당국자와 외교부 고위당국자를 면담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존경하는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 당선자님.
만일 멕시코 사람이 한국에서 그와 같은 일을 당했다면 귀하는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한국은 지난 2016년 10월 이후 반년 이상 수백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했습니다. 그가 바로 남북정상회담을 해내고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낸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문 대통령처럼 귀하의 앞길에도 해결해야할 난제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부정과 부패, 반칙과 불의로 얼룩진 과거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것들과의 결별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피할 수도, 피해서도 안되는 일입니다.
저는 양 씨 경우가 바로 그 가운데 하나라고 감히 귀하께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귀하의 깊은 관심과 용단에 의해 잘못을 바로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양 씨가 사랑하는 가족에게 되돌아 가도록 말입니다.
귀하와 멕시코 국가의 행복과 번영을 기원합니다.
2018년 7월 2일 아시아엔 발행인 이상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