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렬의 행복한 유학가기29] 미 명문대 가려면 IB 꼭 해야 하나, 아니면 AP를?
[아시아엔=이강렬 미래교육연구소 소장, 전 국민일보 편집국장] 국제학교들이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과정을 하고 있다.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를 비롯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지역 국제학교들도 IB가 대세다. 일부 미국계 학교들이 AP(Advanced Placement) 과정을 채택하고 있으나 IB를 하는 학생들이 훨씬 많다. 그런데 IB에 대한 학부모들의 이해가 매우 낮다.
최근 필자와 상담한 싱가포르 거주 학부모가 상담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IB를 하면 미국대학에 진학할 때 불리하고, AP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머니들이 많아요. 정말 불리한가요? 제 주변에도 IB를 하더라도 AP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습니다.”
주니어에 올라가는 자녀의 이 학부모는 곧 학교에서 IB를 시작하는데 AP 개별과목 공부를 하기 위해 방학 중 서울 강남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IB diploma를 하지 않고 IB certificate를 하면서 AP과목을 여러 개 수강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학부모는 IB diploma를 하는 것보다 IB certificate를 하면서 AP를 하는 것이 더욱 강력할 것 같다는 생각에서 이런 계획을 했다고 한다.
이런 조합이 과연 가능할까? 또한 그 학부모의 말대로 미국 입학사정관들이 이런 학생의 아카데믹 레코드가 뛰어나다고 생각할까?
IB diploma 과정은 참 어렵다. 물론 AP나 A레벨도 이에 못지않게 어려운 대학 예비과정이다. 미국대학들은 대학 예비 과정을 이수하고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을 선호한다. 대학 예비과정을 끝낸 학생들에게 SAT, ACT 성적을 높게 받은 학생보다 더 가중치를 준다. IB diploma 과정을 마쳤다는 것만으로도 박수와 칭찬을 받을 일이다. 그래서 최근 IB과정을 채택하는 학교가 점차 증가 추세다. 한국의 고등학교도 IB과정을 도입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IB는 AP나 A레벨보다 더 힘들고 까다롭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간다. IB를 하면서 AP과정도 함께 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IB과정을 끝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IB를 하면서 AP를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IB는 High 레벨 3과목, Standard 3과목 등 총 6과목을 해야 한다. 거기에 TOK(Thinking of knowledge)와 에세이를 써야 한다. AP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 더불어 IB는 IB로 충분하다. 이 두 과정을 섞을 필요는 없다.
미국 대학에서 IB를 한 학생과 일반 보통과정을 끝낸 학생들의 합격률을 비교한 자료가 있어 소개한다. IB과정을 끝낸 학생들은 IB를 하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주립대학의 경우 합격률이 두배나 높다. 아래 표를 보면 알 수 있다. 브라운대학의 일반학생 합격률이 8%인데 비해 IB를 한 학생의 합격률은 그 두배다. UC버클리는 일반학생의 합격률이 26%인데 반해 IB를 한 학생의 합격률은 58%로 역시 두배나 높다. 따라서 IB를 한 학생이 미국대학 지원에 불리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경기외고가 국내 고등학교로는 처음으로 IB를 도입했다. 이 과정을 도입한 이 학교 A교장 선생님은 초기에 학부모로부터 많은 시달림을 받았다고 한다. IB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AP공부를 시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의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AP 강의를 듣고 5월에 시험을 보려고 계획을 짰다고 한다. 여기에는 학원들의 마케팅도 한몫을 했다고 생각된다. A교장은 여러 차례 “IB를 하면 이것을 충분해 AP가 필요없다”고 설명했으나 워낙 학부모들은 그래도 AP를 해야 한다고 막무가내였다. 한번 잘못 입력된 것을 고치기가 어려웠다. A교장은 “마음대로 하십시오”라고 마지못해 허락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IB를 하면서 AP를 하는 학생은 없을 것이다.
누군가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면 그로 인한 피해는 크다. 특히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대학입시에서는 치명적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IB과정으로 충분하다. AP를 할 시간이 없다. 다만 미국대학에 진학하는 데 SAT나 ACT시험을 보지 않고 IB만으로는 안 된다. AP를 대신할 수는 있어도 SAT, ACT점수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인터넷에는 많은 정보들이 떠돌고 있다. 이 가운데는 신뢰할 수 없는 정보들이 너무 많다. 무조건 믿지 말고 검증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 취사선택해야 한다. 입시생을 둔 학부모들의 귀는 얇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자녀와 관련된 정보는 특히 정확한 검증을 통해 받아들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