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경제칼럼] 플랫폼의 힘···”공덕역·왕십리역을 주목하라”
[아시아엔=엄길청 글로벌 애널리스트] 다시 이산가족들이 재회의 상봉을 맞이하고 있다. <이별의 부산정거장>, <비 내리는 호남선>, <대전블루스> 등 추억의 유행가들이 한국전쟁 당시의 참혹한 삶의 고통과 이산의 아픔을 우리 가슴에 지금도 담아두고 있다. 이 모두 열차 플랫폼에 얽힌 청춘들의 사랑이 담긴 소야곡(serenade)들이다.
요즘은 가히 플랫폼 기업의 시대이다. 디지털 길목에서 세상 모든 일에 간여하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이 그들이고, 점점 늘어나는 스마트 팩토리 중에도 이미 제약, 화장품 등의 분야에서는 모두의 생산소프트를 책임질 하드웨어플랫폼이 증가하고 있다. 대학은 점점 사이버플랫폼 강의실에 그 역할을 넘겨주는 형국이다.
런던에 가면 킹 크로스라는 기차역이 있다. 여기서 유럽으로 가는 기차도 타는데, 현재 그곳엔 새로운 도시가 탄생하고 있다. 오랫동안 후미진 기차역이던 이 지역이 런던의 새 얼굴이 되어 젊은이가 늘어나고 글로벌기업들이 찾아온다. 이 부근 일대를 재생한 덕분인데, 인근의 세인트 판크라스역과 킹크로스역 사이의 철도부지를 활용하여 전체의 13.6%의 토지는 시민에게 사용을 공개한 사회적 공용용지가 되었다.
또 새로 짓는 주택의 40%는 주변시세보다 임대료가 20% 싸도록 사회적 공급으로 지어졌다. 이밖에 주변 민간지역 사유주택 소유주민들의 임대수입도 좋아져 월세 평균이 280만원에서 350만원 정도로 늘어나는 수익성을 찾아냈다.
뉴욕의 맨해튼에는 30-34번가 웨스트지역 일대에서 대규모 도시재생이 한창이다. 팬스테이션이라는 기차역과 부근 철도차량기지 부지를 활용해 월스트리트를 능가하는 새로운 도심의 압축도시를 만들고 있다. 이 팬스테이션에서 뉴저지, 보스톤 등 지방으로 기차가 오고간다. 물론 이곳에도 모두에게 공개된 많은 공공용지가 공원, 스포츠시설, 문화센터 등으로 재생되고 있다. 특히 지하에서 도시 내외의 청춘에게 공급되는 역동적인 공유공간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다.
서울에는 성동구에 왕십리와 마포구에 공덕이라는 역이 있다, 왕십리는 2호선·5호선·신분당선·중앙선·경춘선 등이 교차하는 멀티 역세권이다. 공덕은 6호선·5호선·경의선· 중앙선·공항철도 등이 통과한다. 역시 멀티 역세권이다.
이들은 역사적으로도 왕십리는 한강의 뚝섬이라는 나루터 부근이고, 공덕은 마포나루 부근이다. 오래전부터 이 지역들은 서울과 경강지역 및 경인지역의 플랫폼인 셈이다. 그런데 이 두 지역이 앞으로 더 관심이 가는 것은 모두 북한으로 가는 길목이란 점이다,
왕십리는 청량리, 도봉으로 거쳐 원산·흥남·함흥의 경원선과 이어지는 길목이고, 공덕은 수색·문산을 거쳐 개성·평양·신의주를 갈 수 있는 길목이다. 이미 이 부근 지역들은 상당히 도시재생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공개용지나 저렴한 사회주택 공급은 미진하다.
이에 따라 새로운 서울시정 지휘부는 이 지역을 잘 구상하여 지상재생과 연계하여 넓은 지하의 사회용지 확보를 권유하며, 지상으로도 용적률 프리미엄을 주고 상당한 지상 공개용지나 지상 사회용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권유한다.
특히 왕십리에서 청량리·동대문·신당동 등으로 이어지는 대규모 지하도시 건설이 된다면 젊은 벤처기업 육성과 도시문화 창달 및 글로벌 도시환경 조성에 충실히 기여할 수 있다. 공덕은 신촌·홍대·서울역 등으로 대규모 지하도시를 연결하여 만들면 역시 글로벌 청년문화와 지식의 메카가 될 수 있다.
서울은 이미 강남·서초라는 부유층 지역이 슬그머니 자리를 잡아 이를 인위적으로 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시민 대부분의 생활문화 통합과 경제인프라의 연결기반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히 필요한데, 바로 왕십리와 공덕이 일차적으로 그 역할을 맡으면 좋을 것 같다.
후일에는 이밖에도 영등포와 청량리가 다시 도시통합 발전과 시민사회 회복의 플랫폼 기능을 담당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