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군단 독일전 승리 “유럽에 대한민국 확실히 각인시켜”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세계는 독일 축구를 ‘전차군단’에 비유한다. 영국인들이 영국 해군을 ‘무적함대’에 비유하듯 독일인에게나 유럽인에게 ‘독일의 힘’ 하면 떠오르는 것이 독일군의 전차군단이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컵 독일전 승리는 한국이 확실히 유럽에 각인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독일인 대부분도 한국이 경제에서 상당 수준에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한국보다 앞선 나라는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아태리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크게 놀랄 것이다.
박정희가 독일을 방문할 때 전용 비행기도 없었다. 오늘날 북한을 생각하면 된다.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독일 탄광에 일하러 갔다. 간호사들은 서양인 시체를 닦았다. 한국경제는 일본 청구권 자금, 파월 장병에 이어, 서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보내온 달러가 종자돈이 되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독일인은 고려 금속활자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보다 앞섰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욱 놀랄 것이다. 한국의 인터넷이 얼마나 발전되어 있는가를 알면 독일인은 부러움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독일인은 동양에서 일본 이외에 선진국, 강국, 부국을 인정하지 않는다. 한국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한국을 미국 품안에 있는 나라만으로 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냉전시대 서독은 같은 분단국으로서 한국에 대해 각별한 우의를 가졌다. 서독 육군사관학교에 유학한 장교들 가운데서 국방장관이 두명(김관진·김태영)이나 나왔다. 학비가 적게 드는 점도 있어 한국에서는 독일에 유학 가는 학생들이 많아 미국 위주의 편향을 보완한다.
대처는 끝까지 독일 통일에 반대했다. 이제 대처의 우려가 무색하게 독일은 유럽을 건실하게 이끌고 있다. 동독 출신의 과학자 메르켈이 유럽을 주도하고 있다.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아 있는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독일이 조언을 줄 수 있는 분야는 많다. 경의선, 동해선 연결을 위한 선로 공동조사가 시작되었다. 경제·사회적 통합을 거쳐 통일로 가는 긴 장정이 시작되었다. 우리 자본, 기술, 경험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으로 북한을 변화·발전시켜야 한다.
1966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우승했다. 선수들을 맞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만면에 기쁨과 자랑스러움이 넘친다. 오늘 귀국하는 선수들을 이런 자세로 맞이하자. 한국이 어느 한 분야에서든 세계 일등국인 독일에 승리했다는 것은 ‘공은 둥근 것’이라는 비유로 운에만 돌릴 수 없다.
최강 독일축구를 이긴 한국축구는 불꽃같이 일어나는 우리의 비상(飛上)을 표상(表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