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원교수의 재밌는 월드컵⑩] 신태용 장현수, 당신들이 대한민국입니다
대한민국 세계?1위 독일에게 이기다
장현수와 신태용의 해원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의대 교수] 축구만큼 단순하고 쉬운 경기는 없다.?어릴 때 야구나 농구는 안 했어도 축구 안 해본 남자는 없을 것이다.?농구나 야구에 비해서 월드컵이 세계적인 축제인 이유다.?축구로 인해서 전쟁도 일어났고,?국가적인 희망을 주기도 했다.?그렇기에 이번 독일과의 경기를 앞두고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경기에서 지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예측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의 강국 멕시코 경기에 비록 아쉽게 졌지만 우리는 용맹하게 싸웠다. 특히?실수로 2골을 내주게 된 장현수에 대한 비난은 도가 지나친 상황이었다.?총지휘관 신태용 감독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실제로 스포츠 로토에서 독일과의 일전에 우리가?2:0으로 이기는 것보다 7:0으로 지는 것에 베팅이 더 작을 정도였다.?이번 독일과의 경기에서 당연히 객관적으로 모두가 질 것을 예상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헝가리에0:9로 졌지만 헝가리 감독은 오히려 우리를 사자와 같이 용맹하게 싸웠다고 칭찬했다.?지더라도 그렇게 지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대한민국 팀은 독일과의 경기에서 그야말로 사자와 같이 용맹하게 최선을 다해서 싸웠고 오히려?2:0으로 승리를 거두었다.?비록 멕시코가 스웨덴에 지는 바람에?16강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지더라도 용맹하게 최선을 다하면 모두가 박수치는 것이다.
장현수가 전반에 볼터치 미스로 독일의 슛까지 이어질 때 나는 아찔했다.?또 장현수가 실수하면 안 되는데…?다행히 공은 수비수를 맞고 골대를 넘어갔다.?이것이 장현수 드라마의 반전이었다.?수비를 지휘하던 기성용마저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멀티플레이어 장현수는 기성용의 위치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수비를 책임졌으며 공격에도 적극 가담했다.?그리고 그동안 말실수 한번으로 비난에 시달리던 김영권이 한골을 넣었다.?그야말로 모든 것을 해원하는 자리였다.
신태용 감독은 공격적인 축구를 한다.?신태용 감독의 올림픽대표팀은?U-23?아시아 챔피언십 일본과의 결승에서?2:0으로 리드하면서도 계속 공격에 치중하다?2:3으로 역전패하기도 했다.?신태용 감독은 부진하던 슈틸리케 감독에 이어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후,?계속 새로운 포메이션을 실험하면서 대표팀을 준비했다.?그리고 국내리그가 끝난 후 히딩크가 그랬듯이 체력훈련에 치중했다.?그 실험은 월드컵 바로 전 평가전까지 이어졌다.?하지만 평가전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월드컵을 앞두고는 모두가 감독이 된다.?당연히 비난이 뒤따랐다.
신태용 감독도 주눅이 들었다.?주눅이 들다보니 자신감도 잃었다.?첫 경기 스웨덴에서 수비에 치중하다 역습하는 전략을 쓴 것이다.?그 전략이 옳았다고 보지는 않지만 아쉬운 페널티킥만 없었다면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두 번째 멕시코전에서 신태용 감독은 드디어 칼을 내었다.?대한민국 팀은 실제로는 매우 준비된 팀이었다.?용맹하게 싸웠으나 운은 우리 편이 아니어서 아쉽게 졌다.?칭찬받아야 마땅한 경기였다.?하지만 축구팬들에게는 결과가 모든 것이다.?죄송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어린 장현수에 도가 넘는 비난을 쏟아 부었고,?신태용 감독이 인터뷰에서 한 말들도 비난을 면치 못했다.
마지막 경기 독일과의 경기 전날 폭우가 쏟아져 연습시간이 취소되었다.?당연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당연히 질 것으로 생각했던 경기에서 대한민국 팀은 그야말로 사자와 같이 용맹하게 싸워서?2:0?승리를 거두었다.?이 경기는?0:0으로 비길 수도 혹은 조현우의 수퍼세이브가 없었으면 0:1로 질 수도 있었다. 후반?조현우는 그야말로 들어가고 있는 공을 쳐냈다. 나는 그 장면을 1970년 월드컵에서 펠레가 극찬한 영국 고든 벵크스의 수퍼세이브에 버금간다고 보았다.?경기막판 오히려 대한민국이?2골을 넣어서 승리했다.?경기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비록 경기에서 졌더라도 우리의 선수들을 칭찬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경기였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우리는 멕시코에?1:3,?네덜란드에?0:5로 패하고,?차범근 감독은 대회 도중 비난을 견디다 못해 감독을 그만두고 귀국했다.?그러한 위기상황에서 대한민국은 최선을 다해서 마지막 벨기에전에서 사자와 같이 용맹하게 싸웠다.?그것으로 족했다.?대한민국 팀은 월드컵 이후 오히려 더 사랑받았고, K리그의 중흥이 뒤따랐고?2002년?4강의 기적이 일어났던 것이다.
나는 축구팬으로서 승리에 흥분하기보다 용맹하게 싸운 우리의 자랑스러운 선수들에게 승패에 지나치게 집착했음을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우리의 목표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 이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자랑스러운 우리의 대표팀에게 어려운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음을 치하할 뿐이다.?비난이 아니라 사랑과 격려가 가득 찬 팬들의 의식의 성숙이 기대된다. 이것이 한국축구의 부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