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 누가 위협하고 누가 지켜내는가?


“한반도 평화 지킨 힘은 촛불혁명”

[아시아엔=이부영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 몽양 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회장, 국회의원, 동아일보 전 기자] 6월 15일 마산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발견된 부둣가에서 은빛순례를 시작하려니 엄숙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1960년 이승만 정권의 3·15부정선거를 바로잡으라는 요구에서 비롯된 마산민주항쟁은 그 이후 한국 민주화운동의 부싯돌 역할을 해왔다. 이렇게 성공한 4월 민주혁명은 비록 5·16군사쿠데타로 지워질 뻔했지만 한국 민주화운동의 샘물이 됐다.

또한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평화와 북미관계 정상화까지 내다보게 되는 이 시기에, 2000년 6·15남북정상선언 18돌을 맞아 ‘은빛순례단’ 마산순례연찬을 가지게 되는 것도 뜻이 깊다.

한반도 평화만들기의 역사는 유구하다. 1956년 제3대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했던 진보당 죽산 조봉암 선생의 ‘평화통일론’에서 비롯됐다. 죽산은 한국전쟁으로 말로 할 수 없는 참극을 겪은 뒤 다시 전쟁으로 북진통일, 무력통일을 하겠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망상이라고, 이승만의 통일정책을 정면비판하면서 대안을 제시했다.

이승만 정권은 자신들을 위협하는 조봉암을 간첩죄를 뒤집어씌워 사법살인하고 말았다. 자유당정권은 조봉암 선생을 사법살인한 뒤 3·15정부통령선거에서도 온갖 부정탈법을 자행하다가 마산시민을 비롯한 전 국민의 분노로 무너졌다.

거듭 분출되어온 우리의 민주주의와 평화통일 여망은 ‘북한의 남침야욕과 미소 냉전의 격화’라는 이유를 내세운 박정희의 5·16군사쿠데타 그리고 전두환의 80년 5·18광주학살로 번번이 저지당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

세계는 이미 1980년대 말에 탈냉전시대(데탕트)를 거쳤다고 했는데 30년이나 뒤늦게 한반도는 탈냉전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늦어도 이만저만 늦은 게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늦었어도 늦는 법은 없다.

늦게 시작한 만큼 시행착오가 다시는 없게 착실히 진행해야겠다. 6·12 북미정상회담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들도 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에게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고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양쪽의 후속조치 즉 조선의 핵실험장과 미사일엔진실험장 폐기조치와 미국의 주요군사연습의 중단조치 등 ‘악마’가 숨어있다는 까다로운 세부사항들에 대해서도 양쪽은 합의한 대로 이행하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합의를 이룬 뒤 세세한 부분의 합의는 후속 조치로 바로 이행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평창올림픽 직전 미국과 북한 양측이 험악하게 주고받던 전쟁일보 직전의 자세와 비교해 보기 바란다. 이런 큰 변화는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모든 사건·사태가 그렇듯이 때가 이르러야 열매도 익어 떨어지는 법이다. 지난해 9월에서 11월에 걸친 시기에 북한의 핵무기 완성 그리고 대륙간 탄도미사일 완성, 다시 말해서 미 본토에 대한 핵공격능력 완성이라는 조건이 가져온 결과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섬멸하겠다”고 위협했다. 한반도 핵전쟁의 위기가 닥친듯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습관처럼 자주 있었기에 놀랄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비상했다.

“어느 나라도 한국의 동의 없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언명이었다.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을 하면 한국이 협력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라고 나는 봤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런 배짱이 어디서 나왔을까. 민주화를 완성하고 한반도평화를 공고히 해달라는 촛불시민들의 염원을 실현하겠다는 약속에서 나왔다고 나는 본다. 한반도 전쟁위기를 막고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끈 힘은 촛불시민혁명의 위력이었다.

촛불시민혁명과 평창올림픽에서 발신된 한반도평화 메시지를 미국도 북한도 무시할 수 없었을 거다. 물론 한국 내부, 미국 내부, 심지어 북한 내부에도 비핵화, 북한체제안전보장,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도입에 반대하는 흐름들이 있다.

한국 안에서는 철 지난 냉전대결의식의 잔재들이, 미국에는 군부를 중심으로 군산복합체 세력들이, 북한에서도 낡은 구체제를 유지하려는 보수세력이 한반도 분단과 냉전대결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세계의 마지막 냉전지대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있다. 더우면 겨울옷을 벗어야 한다.

한국의 6·13지방자치 선거결과는 한국의 정치지형에 대변혁이 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대변혁은 한반도 탈냉전(데탕트)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남북의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지향하는 것임을 냉전체제를 유지하려는 세력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일제가 패망해서 돌아갈 때 친일세력이 느꼈던 절망감을 지금의 냉전체제를 유지하려는 세력들도 절감하고 있을 거다.

한마디 잊지 말 것이 있다. 2017년 한반도 핵전쟁이 일어날 뻔한 시기에 박근혜가 대통령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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