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렬의 행복한 유학가기 27] 대학 명성과 유망 전공, 무엇이 더 중요한가?


[아시아엔=이강렬 미래교육연구소 소장, <국민일보> 전 편집국장] 미국대학 입학 시즌이 시작됐다. 대학원서를 써야 하는 12학년에게 가장 큰 고민은 대학과 전공 선택이다. 명문대학과 유망 전공, 어느 것이 더 우선할까? 이는 어쩌면 답이 없는 숙제다.

보통 부모나 학생들은 전공보다 대학 명성을 우선한다. 속칭 2류 대학의 유망 전공학과 보다 1류 대학에 아무 전공이라도 가자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예를 들어보자. 하버드대학의 역사학과를 갈 것인가? UCLA의 컴퓨터사이언스 전공을 갈 것인가? 한국 학부모들에게 물어보면 10명이면 10명 모두 하버드 역사학과를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이 선택이 과연 최선인가?

금상첨화, 이는 錦(비단 금) 上(위 상) 添(더할 첨) 花(꽃 화)라고 해서 좋은 일에 좋은 일을 더함이라는 뜻이다.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경쟁력 있는 전공으로 합격을 하면 더할 수 없이 좋겠지만 이 두가지를 모두 갖추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전공과 대학 명성을 놓고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 최근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하고도 번듯한 직장을 잡지 못하는 미국 학생들이 많다. 심지어 24시 편의점에서 일을 하는 미국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서울 강남의 SAT, ACT학원에 가면 아이비리그 대학 출신 강사들이 차고 넘친다. 그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거의 대부분 아이비리그를 졸업하고도 번듯한 직장을 찾지 못해 학원가로 온 것으로 추정된다.

필자는 그 원인을 전공에서 찾는다. 미국에서 유학하는 한국학생들의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분야 전공자는 21%에 그친다. 반면 인도학생들은 80%가 넘는다. 한국학생들이 미국대학 졸업 후 취업을 못하는 이유는 상당부분 전공에 있다.

그렇다면 전공과 대학 순위 가운데 어느 것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마디로 말할 수 없다. 가장 좋은 것은 명문대학에서 경쟁력 있는 전공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비리그 대학의 경쟁력 없는 전공과 좀 낮은 수준의 대학에 경쟁력이 있는 전공에 동시에 합격했을 때 어디로 갈 것인가?

전공이 중요한가? 대학명성이 더 중요한가는 사람마다 다르다. 철학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다. 전공에 확신이 없는 아이를 무조건 컴퓨터 전공이 좋다고 해서 대학 명성에 상관없이 보내는 것도 최선은 아니다. 자신감이 떨어지는 자녀를 경쟁이 치열한 아이비리그 대학에 보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전공과 대학 선택은 다시 말하지만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실업 상태이거나 정규직이 아닌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학생이 있고, 아무리 인기가 높은 STEM 전공을 해도 직장을 못 구하는 사람이 있다.

가능하면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는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대학 선택은 매우 편향돼 있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명문대학만 명문이 아니다. 한국인들이 모르는 명문대학이 더 많다. 따라서 대학 선택에서 ‘내가 아는 명문대학’의 기준을 버려야 한다. 이 점에서 좀더 냉정해져야 한다. 더불어 전공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미래 전공, 유망 전공이라는 점을 보고 흥미와 자질이 없는 데 선택하면 명문 대학만 선택하는 것보다 큰 곤란을 겪는다.

필자는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해 중도 탈락하는 경우는 종종 본다. 전공이 졸업 후 삶과 긴밀한 연관성을 갖고 있지만 무리한 유망 전공 선택은 곧 불행 그 자체다.

빌 게이츠는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 것은 당신의 몫”이라고 말했다. 전공과 대학 명성, 이 둘을 어떻게 조화를 해서 보람 있는 삶을 살아갈 것인가, 그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다.

필자는 미래교육연구소를 통해 수많은 학생들을 컨설팅 하면서 매년 같은 고민에 빠진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결국 선택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해야 한다. 최선의 선택을 하려 노력하지만 안 될 경우 차선을 선택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내가 가고 싶은 대학과 갈 수 있는 대학은 다르고 내가 하고 싶은 전공과 내가 잘할 수 있는 전공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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