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여심을 훔치고픈 그대에게 ‘휘메일리스크’를
[아시아엔=김혜원 인턴] 감성이 이성을 이끌고, 유연함이 강함을 넘어서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사회변화에 민감한 마케팅 시장 역시 발 빠르게 바뀌었다. 과거 판을 이루던 성능 중심주의 광고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대신, 미적 감각과 감성을 갖춘 광고가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마케팅 시장은 그동안 등한시되어온 공감, 친밀감과 같은 여성적 가치가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떠오르고 있으며, 여성의 구매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에 대한 대응으로 여성의 취향과 의지를 고려한 마케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자는 설득시키기도 설득되기도 어렵다. 여성이 자신의 마음을 곧이곧대로 드러내는 일이 적기 때문이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에서 ‘남녀의 거짓말’이란 설문에 따르면, 여자가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은 “괜찮아”라고 한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며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것이다.
여성의 마음을 몰라 속앓이 하는 이들을 위해 <휘메일 리스크>(박현찬 지음, 2013년 위즈덤하우스)는 여성들의 심리를 심층적으로 분석해준다. TV 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 위크엔드’에 출연한 스티븐 호킹이 래리 킹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에게 가장 풀기 어려운 문제는 무엇인가요?” 호킹이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여자들이지요.” (6쪽)
그럼에도 여성들의 마음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녀들의 ‘숨은 동기’를 읽지 못하면, 마케팅이 크게 실패하고 만다. 실제로 여성들의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마케팅에 실패한 브랜드의 사례가 있다. 바로, 미국 생활용품 브랜드 ‘도브’(Dove)다. 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에 만족한다”는 캐치프레이즈에 크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막상 ‘진정한 아름다움 캠페인’을 벌이며 통통한 여자들을 모델로 내세우니까 판매 실적이 뚝 떨어졌다. 도브의 마케팅은 브랜드 성장률이 10% 넘게 떨어뜨리며,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마케팅 전문가 메리 로우 퀸란은 <여자가 당신에게 말하지 않는 절반의 진실>을 통해 이 사례를 분석하며 “여자를 상대할 때에는 그게 한 사람일지라도 눈에 보이는 여자와 눈에 보이지 않는 여자, 최소한 두 명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마음속에 있는 말과 밖으로 꺼내는 말이 다르다는 의미다.(46쪽)
이 책은 △소통 △우머노믹스 △경쟁 △인형놀이 △사랑 △모성 △능력 등 7가지 키워드를 통해 여성들의 속마음을 간파한다. 다소 남녀의 성격을 단정적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지만, 다양한 데이터와 실험을 근거로 여성의 특성을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단순히 여성의 심리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시장을 움직이는 손’으로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흥미롭게 풀어놓았다. 이 책은 여성의 속마음에 대해 알고 싶은 남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심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궁금한 여성, 나아가 앞으로 마케팅의 동향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