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단톡방···불통에서 소통 넘어 능통으로 가려면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며칠 전 어느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필자와 함께 꽤 많은 수를 자랑하는 카톡방의 일원이었다. 그런데 이 단체 카톡방에서 싸움이 일어났다. 내용을 들어보니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잔여임기를 수행하는 것이 헌법에 맞는다”고 주장을 해 결국 그 주장에 반대하는 분과 험악한 막말이 오고간 것이었다. 잠깐 대화를 해보니 보통 고집불통이 아니었다. 결국 그분의 하소연을 대충 듣고 필자는 즉시 그 단톡방에서 탈퇴를 하고 말았다.

소통(疏通)이란 서로 잘 통해 오해가 없는 것을 뜻한다. 또 어떤 것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반대로 ‘불통(不通)’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견해 따위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고수불통(固守不通)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역전>(周易傳)에 나온다. 자기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티는 것을 ‘고집(固執)’이라고 한다. ‘굳을 고에 잡을 집’, 굳게 잡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자기가 옳다며 태도를 바꾸지 않는 사람을 우리는 ‘고집불통’이라고 한다.

그런데 세상사가 옳은 일이 아닌데도 고집하는 것이야 말할 것도 없고, 설사 옳은 일이라 해도 마냥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집 부리는 사람은 신의(信義)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고집을 부린다고 신의를 지키는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굳게 지키느라 변통(變通)하지 않는 사람’이 고수불통(固守不通)이다. 신의를 지키는 것은 좋다. 그러나 변통할 줄 모르고 고집만 부리면 오래가지 못한다. 원칙을 지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원칙을 지키는 것은 좋지만 상황의 변화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원칙만 고수한다면 결과가 좋을 리 없다.

그리고 ‘불통을 소통으로 바꾸는 특별한 기술’ 그것이 ‘능통(能通)’이다.

소통을 통해 불통을 깨뜨리고, 소통을 통해 능통이 이어지는 것이다. 즉 정치, 경제, 사회, 문화도 소통을 통해 불통을 극복하고 나아가 능통을 해야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요즈음 우리 사회의 쟁점 중 하나는 소통부재(疏通不在)다. 사람들은 소통이라는 화두 아래 울고 웃는다. 소통 때문에 분노하기도 하고 때로는 환희와 기쁨도 느낀다. 때로는 불통 때문에 충격과 슬픔에 젖기도 한다.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가 어수선해지면 그동안 누가 뭐라 하던 나만 잘하면 된다고 믿었던 사람도 ‘꼭 그렇지만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 세상에 살고 있는 한 우리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가족·고객·친구·조직 등 수많은 대상과 원하든 원치 않든 교류하고 소통해야 살아갈 수 있다.

능통의 사전적 의미는 ‘능히 오거나 감, 아주 잘함’이다. 한 마디로 능통은 ‘아주 잘해 능히 통하는 것’을 일컫는다. 상대방에게 능히 통하는 것이 있다면 소통에 훨씬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뜻이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약하기 때문이다.

환경을 제약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현재 상황을 비관하거나 제약적인 환경에 대해 분노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주어진 조건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현 상황에 대해 분노하거나 거부하기보다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능통’의 재주를 가졌다고 해서 모두 소통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능통의 힘을 이용해 소통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능통이 갖추어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이른바 ‘소통의 여섯 가지 조건’이다.

소통의 여섯 가지 조건을 보자.

첫째, 소통의 이유와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둘째, 마음가짐과 의도가 진실하고 건강해야 한다.

셋째, 최상의 능력을 적용해야 한다.

넷째, 열정적이어야 한다.

다섯째, 조금씩 양보하여 최대공약수를 찾아야 한다.

여섯째,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이 조건들이 서로 어우러질 때 비로소 능통이 가능해진다. 그동안 꽉 막혔던 국회의 불통사태가 극적으로 소통에 성공하여 5월 19일 본회의서 ‘추경’과 ‘두르킹 특검’이 동시처리됐다. 고수불통의 우리 국회가 비로소 소통의 물꼬를 튼 것 같다. 고수불통을 가지고는 개인이나 조직이나 나라도 망하는 길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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