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1100주년 고려의 ‘민족통합’ 정신과 구본무의 ‘정도경영’

취임식 당시의 구본무 회장 <사진=뉴시스>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올해는 918년에 고려가 건국된 지 1100년이 되는 해다. 이 의미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고려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오늘날 고려시대에 편찬된 <고려실록>은 전하지 않는다. <고려사절요> 역시 고려실록을 토대로 편찬하는 과정에서 조선 초기 역사가들의 입장이 반영되어 고려시대의 실제 모습이 훼손된 한계를 갖고 있다. 고려사를 전공한 박종기 박사에 의한 <새로 쓴 5백년 고려사>는 여기에 좋은 길잡이가 된다. 몇 구절을 인용한다.

“···고려 왕조가 이룩한 새로운 민족통합방식과 그에 바탕한 다원주의 역사, 다양성과 통일성의 문화전통과 대내외에 대해 각각 개방성과 역동성을 지향했던 역사전통은 우리에게 던져주는 바가 크다.”

“···신라의 삼국통합은 정치적인 통일에 불과했을 뿐, 고구려나 백제의 다양한 인적 자원이나 문화적 요소를 통합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고려왕조는 삼국시대 말기보다 훨씬 복잡다기한 사회를 실질적으로 통합했다는 점에서 통일신라에 비해 통일왕조로서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려왕조는 불교·유교·도교·풍수지리·민간신앙 등 사상의 다양성을 용인하면서, 그것을 八關會와 같은 국가적인 의례질서로 통합함으로써 다양성이 지닌 개별성과 분산성을 극복하고자 했다.”

“다원사회가 보여주는 특성의 하나는 다원사회는 다양한 개별 실체를 인정하는 가운데 유지되면서도 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사회적인 통합력을 발휘한다. 바로 이 점이 다원사회의 강점이다. 이와 달리 골품제의 원리로 운영된 통일신라와 성리학의 원리로 유지된 조선왕조는 일원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분단으로 인한 남북문제와 계층과 지역갈등으로 인한 동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통합력의 복원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다. 고려왕조가 경험했던 다원사회는 그러한 과제 해결에 매우 유용한 자산이 될 것이다. 고려왕조가 우리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의는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다원사회에 나타난 여러 특징은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사회에 필요한 덕목이 된다. 다원사회의 힘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존과 화해를 가능케 해주는 저력이자, 21세기 우리사회가 치열한 경쟁의 세계무대에서 앞서 나아가게 해주는 활력이 될 것이다.”

고려에 대한 재인식은 남북 통합과 통일을 위해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오늘날 왕건의 ‘훈요십조’에 대한 이해도 혼란스럽다. 남북의 통일 이전에 동서의 통합이 더 절실하다. 호남에서 자유한국당은 한자리 수의 지지율도 확보하기 힘들다. 영남에서 그 逆도 그대로 성립한다. 이런 망국적 지역감정을 이용하고 증폭시킨 정치인들은 민족의 죄인이다. 이제 사상적 복원을 해야 한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우는 정치인들의 이전투구는 조선의 당쟁과 다를 바 없다.

고려는 사회통합과 남북통일을 위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정도 경영을 지향하면서, 새를 좋아하고 마음이 따뜻했던 아저씨 구본무 LG 그룹 회장의 서세(逝世)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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