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경제칼럼] 비트코인 8000달러 붕괴···암호화폐와 인플레이션
[아시아엔=엄길청 글로벌 애널리스트] 비트코인이라는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디지털기술에 의해 설계되었지만, 그가 활동할 수 있는 글로벌한 금융통화 환경은 사상 초유의 디플레이션이었다. 특히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원유·금 등의 실물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이 나타나는 와중에 비트코인은 서서히 가격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천문학적인 양적 완화 정책으로 달러의 유동성이 넘쳐나게 되자 글로벌 통화시장은 멘붕에 가까운 안전통화 공백기를 거쳐야 했고, 그 사이를 비집고 암호화폐가 등장한 형국이다.
화폐는 그것이 무엇이든 인플레이션을 스스로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법정통화들은 인플레이션이 등장하면 기준금리를 올려서 자국의 화폐가치를 방어하게 된다. 지금 미국이 금리를 조금씩 올리고 있는 국면은 바로 조심스럽게 등장하는 인플레 기대심리에 대한 선제대응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만일 지구상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더 본격화되면 과연 암호화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아직 그들은 이 세상에 나온 이후 인플레이션을 한번도 겪지 못한 유사성 암호화폐들이다. 만일 그 시기가 온다면 아마도 암호화폐들은 상당한 혼란과 엄청난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짐작된다.
지금 글로벌시장에서 원유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수급이나 경기로부터의 구조적으로 오르는 것 이외에 중동의 국제정세의 여파도 가세하여 2018년 5월 브랜트유가는 배럴당 80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고, 두바이유·WTI 모두 70달러를 넘긴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만일 이들이 모두 구조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80달러를 넘기면 사실상 경제는 인플레이션의 초기상황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구리가격이 톤당 7000달러 위로 차고 올라가면 생산자 물가는 전반적으로 오르게 되어 인플레이션의 기반이 된다. 지금 구리는 6800달러 선이다.
그러나 대체로 금은 이런 시기에 약세를 보이게 된다. 미국 달러가 금리인상을 하게 되면 실물화폐라 할 수 있는 금은 금리기능이 없어 상대적으로 약한 시세가 형성된다. 또한 경기가 살아나면서 금리가 오르면 자금은 기업으로 향하게 되어 주식은 가치가 살아나지만 금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된다.
바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서 인플레이션이 회자되면 그 속에서 암호화폐가 크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암호화폐는 디지털상의 설계물이기 때문에 그들은 스스로 내재가치나 금리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자기 가격을 할인해야 하고 그러면 가격은 크게 무너질 수 있다.
만일 이런 시기가 온다면 비트코인 이외의 이른바 알트코인들은 더 상대적으로 타격이 클 수 있다. 이런 것을 블루칩 현상이라고 하는데 어떤 상품들이 전반적인 약세가 되면 가장 우량하고 대표적인 상품으로 쏠려 방어하려고 해 그 이외의 것들은 대표적인 상품과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된다.
대부분의 나라는 지금 인플레이션을 모두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과 내수소비가 살아나려면 일정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경기회복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사실 암호화폐들은 글로벌경기가 더 확산되고 더 살아나면 그 자체가 암호화폐 시세형성에 부담요소인 것을 잘 알아야 한다.
암호화폐가 이런 위기를 넘기려면 스스로 내재가치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거나, 여러 가지 실물거래와 연계하여 사용됨으로써 실효적인 대위가격을 통계적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 만일 지금의 인플레이션의 속도가 빠르다면 그러한 대비가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비트코인 기준으로 8000달러의 지지여부를 예의주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