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남북화해시대의 ‘군자’와 ‘소인배’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요즘 정치가 시끄러우니 덩달아 소인(小人)들도 날뛰고 있는 것 같다. 인간관계에 있어 소인배들처럼 다루기 어려운 일도 없다. 오랜 동안 간이라도 빼줄 것 같이 가까이 하다가도 별 이익이 없을 것 같으면 뒤도 안돌아 보고 떠난다. 덕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고 되돌아보지만, 당하는 사람의 가슴은 여간 쓰린 것이 아니다. 그래서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 것”이 군자의 처신법이다.
그럼 군자(君子)와 소인은 어떻게 다를까? 군자는 한마디로 덕이 높고 행실이 어진 사람을, 소인은 도량이 좁고 간사한 사람을 말한다. 군자와 소인의 차이는 의(義, 의로움, 올바름)와 이(利, 이로움)의 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군자는 ‘올바름’을, 소인은 ‘이로움’을 기준으로 처신한다.
인간관계를 맺는데도 군자는 올바름으로, 소인은 이로움으로 맺는다. 그래서 군자는 정의를 위해서는 목숨마저 아까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인은 자기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는 생명을 건 모험도 서슴지 않는다.
<논어> ‘이인편’(里仁篇)에 “군자는 덕을 생각하고, 소인은 땅을 생각하며, 군자는 형벌을 생각하고 소인은 은혜를 생각한다”(君子懷德 小人懷土 君子懷刑 小人懷恩)고 했다. 쉽게 말하면, “군자는 자기 인격과 수양에 힘쓰고, 소인은 편하게 살 수 있는 곳만을 찾으며, 군자는 혹시라도 법에 저촉되지 않을까 조심하는데, 소인은 누가 내게 특별한 호의를 보여주지나 않나 하고 기대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군자는 의리에 밝고 소인은 이해에 밝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고도 했다. 그러니까 군자와 소인의 차이는 결국 크게 나누어서 ‘의리관계’와 ‘이해관계’로 구별될 수 있다.
명문대학을 나와 참으로 어려운 사시(司試)나 행시(行試)에 합격하여 만인이 부러워하는 권력자가 되고,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명성을 얻어 국회의원도 되고, 고관대작이 된 사람들이 공심(公心)에서 벗어나 사심(私心)을 발동해 의(義)가 아닌 이(利)를 추구한다면 바로 그들이 소인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오랜 동안 분단되어, 적과 적으로 싸우며 일촉즉발 전쟁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남한과 북한이었다. 그래도 국운이 돌아오려는지, 남북은 화해의 분위기로 돌아가고, 지난 4월 27일 남과 북 정상이 다시는 전쟁이 없고 무력분쟁은 막자고 서로를 포옹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기쁘게 생각하지는 못할망정 자신의 사욕과 당리당략만을 위하여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과 비난만 퍼붓는 소인들은 어찌하면 좋을까? 사람다운 사람과 사람답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마음에 있다. 한마음이란 말이 있다. 한마음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마음이며, 양심이고 본심이다.
군자는 남의 좋은 점을 드러내고 나쁜 점을 숨겨준다. 이와 반대로 소인은 눈앞의 욕심에 사로잡혀 남의 나쁜 점을 드러내고 좋은 점을 숨기며, 대국(大局)을 보지 못한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을 잃어가면서 점점 욕심에 빠져들고 있다. 사람이 욕심을 채우려고 할수록 남과 다투게 되고 그럴수록 사회가 혼란해진다.
‘군자오기’(君子五氣)란 말이 있다. 오기란 우리의 인격에서 다섯 가지의 기(氣)가 풍길 때 군자가 된다는 말이다.
첫째, 몸에 생기(生氣)가 있어야 한다. 심신강건(心身剛健), 보무당당(步武堂堂), 의기양양(意氣揚揚)의 생기가 넘치는 사람이 군자다.
둘째, 눈에 정기(精氣)가 서려야 한다. 눈은 얼굴을 대표한다. 눈에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읽을 수 있다. 정기 어린 눈이 사물의 도리를 바로 볼 수 있다. 정기가 서린 눈은 예리한 통찰력을 가진 혜안(慧眼)과,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구안(具眼), 밝게 빛나는 형안(炯眼)을 갖추게 된다.
셋째, 얼굴에 화기(和氣)가 있어야 한다. 얼굴에 화기가 있다는 것은 마음이 온화하다는 얘기다. 사람은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가져야 한다. 맑고 밝고 훈훈한 얼굴의 소유자가 군자다.
넷째, 머리에 총기(聰氣)가 있어야 한다. 총기란 현명한 것이며, 영리한 것이며, 명철하고, 슬기로운 것이다. 총기 있는 사람이 되려면 귀가 밝고 눈이 밝아야 한다. 귀가 밝다는 것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을 줄 알고 옳게 판단할 줄 아는 것이다.
다섯째, 마음과 인격에 덕기(德氣)가 있어야 한다. 덕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근본이다. 덕은 인격에서 풍기는 맑고 밝고 훈훈한 향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