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경제칼럼] ‘황금의 시대’ 맞는 한반도, 지자체 후보들 공약 신중해야


[아시아엔=엄길청 글로벌애널리스트] 17세기 네덜란드를 황금의 시대(golden age)라고 부른다. 스페인 왕실의 탄압을 피해 네덜란드로 건너온 개신교 신도들이 그동안 상업활동을 통해 축적한 자본을 네덜란드로 가져왔으며, 항해술과 선박건조술을 가진 기술자들이 함께 건너와 역사적인 번영의 시대를 열었다. 즉 이방인들이 들어와 다양한 생각과 사상을 현지에 융합하여 만들어낸 초융합적 혁신의 결실이었다.

이제 북한이 개방의 세상으로 문을 연다. 그들은 이제까지 자연자원을 바탕으로 살아오던 삶에서 새로운 인간의 유입과 기술의 융합과 공간의 초연결 과정을 거치며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비선형적 혁신과정을 맞이할 것이다. 북한은 곧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배경과 환경을 가진 참여자들이 제공하는 지식과 창의성이 결합하여 새로운 초공간적(hyper-space) 상황으로 변신할 것이다. 이를 위해 그들은 신뢰구축(trust)과 투명성 확립(transparency), 그리고 전환(transformation)의 과정을 최근 숨가쁘게 거쳐 오고 있다.

무엇보다 같은 땅에서 같은 언어와 문화를 가진 동족인 우리가 가장 먼저 북한을 효과적으로 다양한 글로벌 스타트업 공간으로 도울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생태계를 포용하는 북한의 점진적인 정치상황의 변화가 따라준다면 우리는 그동안 쌓은 자본·기술·문화·글로벌 역량·개인의 조직적 혁신 등을 통해 북한주민들을 세계와 협업하는 새로운 인간자본(human capital)으로 변신시켜 나갈 것이다. 특히 우리의 자본시장은 오랫동안 북한출신 사업가들이 자본을 많이 축적해 놓은 곳이기도 하다.

북한주민들은 육체적 노동가치뿐 아니라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인간가치를 동시에 발현하는 융합혁신의 초공간적 변화를 맞이하게 되면 놀라운 속도로 개인소득 증대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이미 반도체·자동차·배터리·바이오 등의 분야를 넘나들며 산업기술 혁신의 황금의 시대를 맞이한 상황이다. 여기에 북한이 지난 60여년의 세월을 압축하여 산업화 과정과 정보화 과정을 융합하여 혁신하는 과정을 바로 우리 곁에서 거치게 된다면 바야흐로 한반도는 초공간적 황금의 시대가 온다고 할 수 있다.

평화가 없던 곳에서 항구적 평화가 찾아오면 과연 인간의 깊은 내면의 세계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아마도 이전보다 긴 호흡으로 세상을 보는 안목이 생겨날 것이다. 좀더 관대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변화도 찾아올 것이다. 그래서 한가지쯤은 무언가 큰 포부로 새로운 시작을 저마다 마음 속으로 결심하게 될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들이 한반도의 남북한 주민들에게 찾아든다면 우린 또 개인들의 숨겨진 가치의 극적인 표출을 머지않아 보게 될 것이다. 이미 한류문화로 세계인의 관심을 사로잡은 우리가 평화로운 조국의 품에서 남북한 주민들이 다시 새로운 꿈을 꾸고 생각과 감정을 다듬어 낸다면 가히 한민족의 문화르네상스는 세계인에게 평화의 선물을 주게 것이다.

이런 때에 서울 이남지역에서 지역개발을 하겠다고 지자체 선거에서 공단유치나 주거지개발 계획 혹은 행정타운 건설 등을 구상하는 후보가 혹시 있다면 이전보다는 더욱 신중히 나설 것을 권한다. 세계인의 눈에는 한반도 전체가 우리 민족의 경제사회 공간으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의 마음도 조금씩 북쪽에 남겨둔 조국의 식구들과 조국의 땅이 눈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이남의 지자체선거 후보들은 정말 고유하고 주민 친화적이며 지역 토착적인 사업에 집중하면서 가급적 예의 토지개발은 절제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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