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경제칼럼] 노년층이 남북정상회담 통해 얻은 것은?
한반도 평화정착 기대로 장수에 대한 기대도 “쑥쑥”
[아시아엔=엄길청 글로벌사회경영 평론가] “상전이 벽해된다”는 말이 있지만, 자고 나니 우리는 새로운 언덕을 바라보게 되었다. ‘평화의 언덕’이 저 멀리 무지개를 드리우며 느리지만 진실한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만일 인생이 재무제표라면 국민 저마다의 가슴 속 장기 고정부채를 이제야 상환하게 된 느낌이다. 그리고 국민이라면 누구나 각자의 자산계정에 평화라는 무형자본이 영구 자기자본으로 편입될 기대를 갖는다.
그동안 아무리 부자라도 피하지 못한 우리 땅에서의 삶의 위험은 바로 분단의 현실이었다. 한국의 장기이자가 때론 단기이자보다 낮아지는 이유의 하나도 근본적으로 장기자금시장이 발달하지 못한 까닭이다. 빨리빨리 서두르고, 급하게 결정하고, 사람만 모이면 웅성웅성하는 일상의 모습들도 따지고 보면 모종의 불안감이 늘 머리를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수물자를 다루는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다른 주식을 내다 팔아야 하는 나라였다. 이 모두 평화란 국민자본을 가지지 못한 현실이 낳은 우리사회의 자화상이다.
이전부터 사람의 수명이 조금씩 길어지긴 했지만 요즘은 본격적으로 장수사회가 다가옴을 기정사실화한다. 그런데 요즘 누구보다 나이든 사람들의 마음가짐에서 나오는 변화가 남다르다. 은퇴하고 축소된 생활로 남은 삶을 보내려던 시니어들이 나이를 일단 접어두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아 나서고 있다. 요즘 주변을 보면 소리 없이 주식투자를 혼자 배우는 시니어들이 적지 않다. 얼마 되지 않은 돈이지만 이제라도 공부해서 자산을 조금 더 늘려보려는 생각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런저런 취미생활 하면서 여행이나 하며 노후를 보내려던 분들도 조금씩 태도의 변화가 예상되기도 한다. 이렇게 서서히 이 땅에 평화가 찾아오면 장수사회의 기대는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우린 늙으면서도 남의 눈치를 보며 때론 억지로 어울리면서 체면 차리려 한다.
그까짓 일해서 얼마나 번다고, 이제 다 내려놓고 즐겁게 살려고, 심지어 얼마 되지 않지만 있는 돈 다 쓰고 죽자는 모임도 있다고 들었다. 자기 미래를 결정하는 일은 아무튼 자유이다. 그러나 미래의 사회적 변화는 누구에게나 같은 분량으로 다가온다.
이 땅의 평화라는 사회자본도, 장수라는 생명자본도, 모두에게 평등하게 부여되는 공유된 자기자본이다.
워런 버핏이란 당대의 대투자가, 구순을 바라보는 그는 미국의 시골이라 할 수 있는 오마하라는 작은 도시에서 일생을 투자자로 살아오고 있다. 그곳에는 그를 만나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그는 콜라를 좋아하지만 숫자를 더 좋아하고, 햄버거도 좋아하지만 미래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이가 들면 치매 예방한다고 숫자놀이를 많이 권유한다고 한다. 하루하루 살아가면 모두가 숫자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주가든 집값이든 미래의 숫자는 사실 대부분 직관의 세계다. 심오한 직관의 세계는 나이든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사색의 삼매경에서 나온다. 워런 버핏은 그런 삶 속에서 시대의 금언을 쏟아낸다. 2000년 닷컴 버블도 그가 경고한 금융시장의 참변이며, 최근 그가 한 말의 하나는 “암호화폐는 좋지 않은 결말을 맺을 것”이란 충고다.
미래 자체가 숫자로 다가옴을 안다면, 평화나 장수는 숫자로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하고 한번쯤 생각해본다면, 인류의 전진은 항상 노력하는 모두에게 더 많은 풍요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잊지 말자.
워런 버핏은 최근 “아직 미국의 주식은 거품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