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정부의 언론 통제와 민간 블로그 “누구를 신뢰해야 하는가의 문제”

[아시아엔=아이반 림 아시아기자협회 명예회장] 인터넷이 대세인 요즘, 어떤 이들은 하루 하루의 소식을 전해주는 일간지와 일간지 기자들의 필요성을 간과하곤 한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았나.” 아시아기자협회(AJA) 회원이 인쇄 매체 기자들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말에 놀란 필자 동료의 말이다.

“요즘 시대엔 블로거, 시민논객 등 온라인에 글을 올리는 모든 사람이 기자다.” 싱가포르 대표 일간지 스트레이트 타임즈에서 기자로 재직하다 사업가가 된 동료는 소셜미디어의 출현이 기자들과 매체를 불필요한 존재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필자에게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텀플러, 핀터레스트 등 SNS 플랫폼이 불러올 세계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제시했다.

그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자유로이 글을 쓰는 시민논객이나 블로거들과 달리, 전통적인 기자들은 정확성과 신속성을 중시하며 공익을 추구하는 기사를 작성한다. 이러한 점을 간과한 채 기자를 불필요한 존재로 치부하는 것은 다소 어폐가 있다. 전통적인 저널리즘에 입각한 언론윤리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이 시점에 이를 따르는 기자의 역할도 그만큼 중요해 지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서 잠시 벗어나 한 가지 생각해 볼 만한 사안이 있다. 언론의 신뢰도다. 필자의 동료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언론의 신뢰성에 그리 큰 점수를 부여하지 않았다. 사실 필자도 이 부분에는 동의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일부 주류 매체는 지난 몇 년간 친정부적인 성향을 보이며 신뢰도를 잃어왔다. 싱가포르에선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타밀어 등 여러 언어의 매체를 대량 발행하는 싱가포르 프레스 홀딩스(SPH)가 정부의 관리와 감독을 받으면서 이러한 문제점이 두드려 졌다.

그 결과 매체들은 집권당에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반면, 야당에는 불리한 기사를 보도하거나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일방적인 보도 행태는 정치 엘리트들로 하여금 정부의 방향성과 정책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온라인 매체를 지지하게 만들었다.

야당이 이전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한 2011년 총선 이후 싱가포르엔 정부의 행보에 대해 보다 비판적이고 대안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웹사이트가 200곳 이상 생겼다. Online Citizen, TR Emeritus, All Singapore Stuff, Yawning Bread, Singapore Alternatives, MothershipSg, the Independent 등이 그 예다. 반면 집권당인 싱가포르 인민행동당은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서 약세를 나타냈다. 이러한 연유로 싱가포르에선 집권당이 온라인 여론에 대응하는 단체를 조직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해 싱가포르 정치평론가 체리안 조지는 “흥미로운 점은 싱가포르의 온라인 공간이 현실세상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받아들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스폰서의 실체가 불분명한 온라인 매체의 콘텐츠들과 이른바 ‘인터넷 여단’을 통해 온라인 여론을 관리하는 정부는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싱가포르의 블로거 아모스 이. 2015년 3월 리콴유 전 총리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려 구속됐다. 정치적인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온 그는 2016년 12월 미국 망명을 신청했다. <사진=신화사/뉴시스>

실제로 싱가포르 당국은 민감한 정치 사안을 다루는 웹사이트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한편, 월간 5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웹사이트는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만들었다. 이에 해당하는 사이트는 계약 이행에 따른 보증금 5만 싱가포르 달러를 내야 하며, 정부가 판단하기에 부적합한 내용의 글은 24시간 이내에 삭제해야 한다. 또한 싱가포르 당국은 정부에 적대적이거나 정부 정책에 편향적인 글을 올린 이들을 형법에 따라 처벌했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싱가포르에선 온라인 커뮤니티가 위축됐으나, 정부는 언론사가 따라야 하는 언론윤리와 법적 규정을 블로거에게도 똑같이 적용한 것뿐이라고 항변했다.

시민논객이 작성한 글의 정확성, 인종 및 종교 등 민감한 사안들, 위법 여부 등을 심층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편집과 모니터링이 부실해 명예훼손이나 형법에 저촉된 블로거들이 종종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저속하거나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했으며, 개인적인 감정이 실린 보복성 글을 게재해 적법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부정확한 자료에 기반한 기사 작성도 문제다. 문제의 블로그들은 대중의 신뢰를 잃을 수 밖에 없었다.

2016년 싱가포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10명 중 4명은 자신이 읽은 뉴스의 진위여부를 의심하며, 주류 언론 혹은 정부 웹사이트보다 민간이 운영하는 대안 웹사이트에서 가짜뉴스를 접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진 싱가포르 여론이 온라인 매체보다 전통적인 매체를 더 신뢰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그러나 대중이 정부 편향적인 매체와 웹사이트보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을 제시하는 민간 웹사이트로 언제라도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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