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종교와 관습 1] ‘아슈라’, ‘필리핀의 수난일’

<아시아엔>은 키르기스스탄 신부 납치와 필리핀의 십자가 재현 등과 같은 아시아의 숨어있는 종교 및 문화 의식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이번 특집은 특정 민족과 문화, 종교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뤘음을 알려드립니다. 아시아 각지의 생활습관과 전통을 알아가며 아시아를 더욱 넓고 열린 시야로 바라보았으면 하는 것이 편집진의 바람입니다. 작고 사소하게 보일지라도 문화라는 것은 인류의 삶, 그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편집자

[아시아엔=서의미, 알레산드라 보나노미 기자] 한 나라의 문화나 관습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자신하나? 그렇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라. 당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아시아의 종교와 문화적인 관습들이 곧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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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의 후계자가 순교한 날 ‘아슈라’
문자 그대로 ‘10’을 의미하는 ‘아슈라’는 무하람(이슬람력 1월)의 10번째 날을 상징한다. 아슈라가 다가오면 전세계 무슬림은 각 분파에 따라 저마다의 의식을 행한다.

수니파 무슬림은 이 날 단식을 행한다. 무함마드 마호메트가 이 날 단식했으며, 그보다 훨씬 이전 시대에 살았던 이스라엘의 선지자 모세도 알라신이 사람들을 노예제도로부터 구원해준 것에 감사해하며 음식물 섭취를 금했다.

시아파 무슬림에게 아슈라는 슬픈 날로 기억된다. 이들은 680년 무하람 10번째 날에 사망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손자 후사인을 애도한다. 시아파 무슬림은 4대 칼리프(이슬람 제국의 최고 통치자) 알리를 섬긴다. 그는 무함마드 마호메트의 사위이자 후사인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함마드의 후계자리를 놓고 이슬람교는 분열했고, 그 과정에서 후사인은 비참하게 살해됐다. 이 사건으로 이슬람은 크게 시아파와 수니파로 나뉘게 된다.

이슬람 분파 중 두 번째로 큰 시아파(무슬림 인구의 약 15%)는 후사인을 예언자의 참된 후계자라고 믿는다. 이들은 후사인을 ‘시아파를 위해 순교한 영웅’으로 여긴다. 때문에 시아파 신도들은 쇠사슬로 자신을 채찍질하는 ‘타뜨비르’나 피가 날 때까지 이마에 상처를 내는 ‘마탐’ 을 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소 과한 측면이 있어, 이 의식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는 이들도 있었다.

1994년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자해행위를 금하는 법령을 발표했다. 레바논의 호전적인 시아파 단체 헤즈볼라마저도 “자해해서 피를 흘리느니 차라리 병원에서 헌혈하라”라고 당부할 정도 였다.

이슬람 경전 꾸란에 “네 손으로 파멸을 부르지 말라”는 구절이 있다. 하지만 독실한 시아파 무슬림들은 이 날만큼은 타뜨비르와 마탐을 행하며 후사인을 추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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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못 박힌 예수의 재연 ‘필리핀의 수난일’
“처음 십자가에 못 박힌 그 순간,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하나님께 고통을 덜어가 달라고 기도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나는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단지 주사 한방 맞은 느낌이다.” 로이터통신 기자 라라낭의 ‘필리핀 수난일’ 체험기다.

부활절.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기리는 날이다. 전세계 기독교인들은 부활절 달걀을 나누고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찬송을 부른다. 하지만 크리스찬 국가인 필리핀에서 이 날은 사뭇 다른 의미를 지닌다. 필리핀에서 가장 큰 섬인 루손 섬의 중심부 팜팡가 주에선 더욱 그렇다.

부활절 주간이 시작되는 금요일, 이 곳은 예수의 수난을 재연하려는 사람들과 이를 지켜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 의식은 참가자들을 나무막대로 채찍질하며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무거운 통나무를 짊어지다 손과 발에 못이 박힌 채로 십자가에 매달린다. 이들은 고난을 재연하면서 예수와 영적인 동질감을 느끼고, 그들의 간절한 신앙을 고하기도 한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극단적인 행동이 신의 은총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다. 고행으로 인한 생채기는 약 2주가량 지속되지만, 신의 축복을 바라는 이들에게 그깟 상처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필리핀 수난일은 수도 마닐라 부근에서도 행해지는 의식이지만 시초는 팜팡가였다. CNN에 따르면 1950년대 팜팡가에서 ‘그리스도의 수난’이 연극으로 각색됐고, 1962년부터 수난을 실제로 재연하는 전통이 시작됐다고 한다.

반면 수난일 의식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시선도 존재한다. 카톨릭 당국은 이에 대해 “신도들은 올바른 의도를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기독교인의 삶은 단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인의 신실한 신앙에서 나온 것이 아닌 개인의 욕망에 가리워진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금요일 밤의 수난일’은 팜팡가 지역 경제에 큰 수익을 안기는 이벤트임은 틀림없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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