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불편해 한 ‘이단아’ 찰스 부코스키와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아시아엔=알레산드라 보나노미 기자] 1972년 출판된 찰스 부코스키의 단편 모음집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 개인의 삶을 다룬 각각의 이야기들을 1인칭 시점의 나레이션으로 풀어간다.
부코스키는 이 책을 내놓기 전 생계를 위해 안정적인 직업을 찾으려 했으나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이혼당하고 말았다. 홀로 남겨진 그는 경마와 술로 세월을 낭비했다.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날이 더 많은 와중에 끊임없이 섹스도 갈구했다. 남은 것이라곤 산산조각 나버린 부코스키 그 자신 뿐이었다.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를 집필할 당시 부코스키의 나이는 55세. 겉보기에는 별다른 연관성 없어 보이는 각각의 이야기들은 사실 작가 자신의 삶을 자전적으로 묘사한 글들이다.
1920년 독일 안더나흐에서 태어난 찰스 부코스키는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가 로스엔젤레스에서 자랐다. 그는 로스엔젤레스 시티 컬리지를 다니다 중퇴하고 뉴욕으로 건너가 책을 출판하려 했다. 하지만 기회는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절망에 빠진 부코스키는 집필활동을 포기한 채 10년간 술에 빠져 살기도 했으나, 오랜 방황 끝에 다시금 펜을 잡았다.
작업을 재개한 부코스키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여러 일자리를 전전했다. 때론 거리의 벽에 포스트를 붙이기도 했고, 때론 비스킷 공장에서 비스킷을 만들었다. 도살장에서 일한 적도 있다. 그러나 오랜 인고 끝에 그의 재능을 알아본 City Lights Publisher의 오너 로렌스 페링게티를 만나게 된다. 든든한 후원자 덕분에 그의 문장들은 책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오늘날 찰스 부코스키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 소설가이자 단편작가로 손꼽힌다. 지나칠 정도의 극사실주의에 기반한 그의 작품들엔 작가의 또다른 자아 ‘헨리 치나스키’가 종종 등장한다. 이 캐릭터는 술고래에 천덕꾸러기 노동자 신세지만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며 그 이상의 애정을 경마에 쏟기도 한다. 치나스키는 현실의 부코스키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일부 비평가들은 부코스키의 글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고 말하지만, 그는 오히려 ‘남자다움’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는 당시 세태를 비꼬았다.
찰스 부코스키는 남들이 말하지 않았던 불편한-당대에 금기시됐던- 주제들을 다룬 작가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2차대전 이후 세계 초강대국의 지위를 누려온 ‘아름다운 미국’이 드러내놓고 싶지 않았던 섹스, 알코올 중독, 폭력 등을 과감히 묘사했기에 대중은 그를 불편해 했다.
“사람들은 늘 나를 혐오스러운 존재로 여겨왔다. 그러나 내 눈엔 타인을 짓밟으며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는 당신들이 더 불편하다.” 그의 일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