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보호단체 ‘멍냥부족’ 김도형 족장 인터뷰 ① “가족 맞아들이는 마음으로 반려동물 입양하세요”
[아시아엔=글 이주형·사진 멍냥부족 제공]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선 고양이의 애칭인 ‘냥이’라는 단어가 빈번히 들릴 정도로 고양이 애호가들이 부쩍 늘어났지만, 버려지는 고양이들도 급증해 사회 문제로 비화되기까지 했다. 버림 받은 고양이들을 지키기 위해 유기동물보호단체 ‘멍냥부족’(https://www.instagram.com/dogncattribe/)을 만든 김도형 족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고양이 복지 현 주소에 대해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멍냥부족’의 김도형 족장님. 독자님들께 멍냥부족이란 단체가 탄생하게 된 계기와 활동들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개인적으로 유기동물 봉사활동을 다니던 중 혼자서 하는 것에 한계를 느껴 단체에 가입해 봉사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대규모 봉사단체들 중 기부금의 출처와 사용내역 등에 대해 투명하지 않은 곳들도 더러 있었죠. 그래서 작더라도 정말 투명한 동물보호 단체를 만들자고 결심했고, 2015년 8월 제가 속해 있던 커뮤니티 디씨트라이브(DC Tribe)에서 마음이 맞는 분들과 함께 ‘멍냥부족’을 만들게 됐습니다. ‘멍냥부족’이란 이름은 ‘강아지와 고양이 부족’을 줄인 말입니다. 영어로 ‘Dog and Cat Tribe’(DCT) 라고도 부르죠. 우리 단체가 파생된 커뮤니티 디씨트라이브의 약자 ‘DCT’와도 이름이 같아요.
2015년 8월 ‘아산 천사원’이라는 보호소에서 첫 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인원은 4명에 불과했지만 확실한 방향은 있었습니다. 인적, 물적 자원이 부족한 보호소를 선별해 좀 힘들더라도 견사보수 등의 시설공사에 중점을 맞춰 활동에 나섰죠. 2016년 11월엔 오랜 동안 지원하고 봉사해왔던 아산 천사원의 죽어가는 고양이들을 모두 구조해 ‘멍냥쉼터’라는 고양이 가정보호소도 개설했어요. 멍냥쉼터는 요일 별 관리자가 매일 1회 이상 방문해 쉼터를 청소하고 고양이들에 사료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 멍냥부족은 멍냥쉼터 운영 및 타 보호소 정기 봉사활동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죠.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탁상달력이나 수건 등 물품들도 제작하고 있고요. 물론 후원내역은 빠짐 없이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멍냥부족은 한 달에 한번 정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활동은 강제성이 아닌 100% 자율에 의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누구나 저희와 함께 하실 수 있죠.
고양이 여러 마리를 기르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고양이 입양을 고려하시는 분들께 고양이의 매력포인트, ‘고양이를 기르면 이런 것이 좋다’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결혼 전에는 고양이 네 마리를 길렀습니다. 결혼 후 와이프가 기르던 고양이들과 그 후에 입양한 고양이들까지 합쳐 총 여덟 마리의 대식구가 됐죠. 대부분 버려지거나 학대 받던 고양이들이라 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제 새끼들입니다. 고양이는 강아지와 다른 매력이 있어요. 고양이는 강아지처럼 사람에게 의지하거나 늘 애교를 부리진 않습니다. 대신 조용히 다가와서 체온을 전하거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교감을 나누죠. 때론 제멋대로 행동할 때도 있고 때론 둘도 없는 애교쟁이가 되는,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생명체죠.(웃음)
하지만 단순히 이러한 매력들 때문에 고양이 혹은 강아지를 입양하시고 싶은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요. 가벼운 마음으론 절대 동물을 키우지 마세요. 외로워서 동물을 키우고 싶다? 나가서 친구들을 만나세요. 너무 귀여워서 키우고 싶다? 귀여운 동물들이 나오는 영화나 책을 보세요. 보들보들한 고양이와 강아지를 만지고 싶다? 고양이 카페나 강아지 공원 또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지인의 집을 방문하세요.
현대인은 그 삶 자체로도 매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복잡한 일상에 동물까지 고민해야 된다? 너무 리스크가 크죠. 동물과 함께 살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고, 배우자가 동물을 싫어하거나 알러지가 있을 수도 있죠. 결혼 후 태어난 자녀가 동물 때문에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고요. 이러한 모든 것들을 감수할 결심이 생기면 그때 다시 한번 생각해보세요. 여러 조건들을 고려해 보시고, 그 중 아주 작은 것 한가지라도 걸리신다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마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 할 수 있다는 확실하고 굳은 결심이 생겼다 하더라도 몇 번 더 고민해보고 결정하세요.
십 수년을 함께 하며 매일매일 정성과 사랑을 줘야 하고, 그 기간 동안 적지 않은 돈도 들어갑니다. 대신 반려동물은 반려인에 조건 없는 사랑을 주죠. 반려인의 외모나 금전적인 상황이 어떻든 반려동물은 개의치 않습니다. 반려인은 그저 자신을 아껴주며 사랑해주는 가족일 뿐입니다. 가족을 맞아들이는 것과 똑같은 마음으로 반려동물을 입양하세요.
‘반려동물을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지 말고 입양하라”는 말을 ‘불쌍한 유기동물을 입양하라’는 의미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제가 사지 말고 입양하라고 말씀 드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펫샵들은 강아지와 고양이를 불법 농장에서 사옵니다. 불법 농장들은 동물들이 생명을 기계처럼 ‘생산’하는 곳이고요. 농장주들은 허리도 못 펼 정도로 좁은 철창에 동물들을 가두고 발정 호르몬제를 주사해 새끼만 낳게 하다 번식능력을 상실한 아이들은 건강원 같은 곳으로 팔아버리곤 합니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을 맞추려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라고 변명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동물들은 ‘또다른 상품’을 만들어내는 소유물로 전락해버린 채 어떠한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죽어갑니다. 한국 동물산업의 슬픈 현실이죠.
유기묘와 길고양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의미를 지닌 두 단어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으신가요?
유기묘는 버려진 고양이를 뜻합니다. 사람 손에서 자라다가 졸지에 고아가 되어버린 아이들이죠. 대부분의 유기묘들은 생활력이 없기 때문에 길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구조된다고 하더라도 유기동물보호소의 철창에 갇혀 온갖 질병과 스트레스를 떠안다가 안락사 당하는 경우가 태반이죠.
길고양이는 말그대로 길에서 나고 자라는 고양이예요. 이 고양이들은 도시 곳곳의 거리에서 살고 있죠. 길고양이들은 영역을 두고 싸우거나 발정기가 찾아왔을 때 울음소리를 내는데, 이로 인해 많은 분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렇다고 길고양이를 무조건 배척하기 보단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좋겠어요.
최근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을 일컫는 ‘캣맘’ ‘캣대디’란 말이 생길 정도로 이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기도 했죠. 이 부분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더 많은 고양이들이 몰린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는 오해예요. 고양이는 한 구역에서 일정 개체 수 이상 서식하지 않는 영역동물입니다. 오히려 먹이를 챙겨주면 고양이들이 쓰레기를 뒤지는 일도 줄어들죠.
고양이가 버려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경제적인 사정으로 버리는 경우도 많지만, 고양이의 특성들을 감당하기 힘들어 버리는 경우도 많죠. 고양이털은 일정 길이 이상으로는 자라지 않기 때문에 원래 있던 털들이 빠지고 새로 자라나게 됩니다. 또한 고양이는 길이에 상관 없이 일년에 두번 털갈이를 하는데, 그 양이 상상 이상입니다. 고양이의 발정기도 보통의 각오론 감당하기 힘들죠. 발정기를 맞은 고양이는 수컷의 경우 소변으로 영역을 표시하고, 암컷의 경우 특이한 울음소리를 냅니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더라도 막상 마주하는 현실은 생각했던 것과 다르죠. 이 시기동안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도 큰 스트레스를 받죠. 개인적으론 고양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중성화를 권하기도 하고요.
관련 지식들을 사전에 습득하고 심사숙고를 거친 후에 반려동물을 키워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동물을 버릴 확률도 높고요. 원론적인 얘기지만 무분별한 분양과 입양을 지양하고, 입양자도 정확한 지식과 상당한 각오를 가지고 시작해야만 반려동물 유기를 줄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