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사랑한 고양이···‘고양이의 날’ 기리는 나라부터 고양이를 위한 도시까지
[아시아엔=알레산드라 보나보미 기자] 인류는 두 부류로 나뉜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과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전자의 사람들은 정말로 고양이에 미쳐있다. 그러나 이는 최근 몇 년간 두드러진 현상만은 아니다. 고양이와 인간의 유대는 오랜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고양이를 너무나도 사랑한 고대 이집트 왕국
인류 역사상 ‘최초의 고양이’에 대해선 학자들마다 의견이 나뉜다. 일부 학자들은 인류역사에서 야생고양이가 나타난 시기와 지역은 약 1만 년 전 중동 메소포타미아이며, 그 곳 주민들이 곡물을 축내고 전염병을 유발시키는 쥐를 막기 위해 고양이들을 사육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다른 이들은 수천년 전 중동 이집트에서 서식했던 고양이가 현재 고양이들의 선조라 말한다.
이들에 따르면 통치자 파라오를 비롯한 거의 모든 이집트인들은 고양이를 숭배했다. 이집트에서 고양이를 죽인 사람은 사형을 당했고, 파라오들은 미라로 매장될 때 행운의 상징이자 사후세계의 동반자인 고양이 조각상과 함께 묻힐 정도였다고 한다. 이집트인들이 고양이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이란의 고대왕조 아케메네스 왕국과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고양이를 안고 있는 적을 차마 공격하지 못했다는 설도 남아있다.
그토록 고양이를 아꼈던 이집트였기에 인간과 고양이의 밀접한 관계를 암시하는 수많은 예술품이 이 곳에 남아있다. 고양이는 이집트 고대 신앙과도 관련돼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죽은 자를 수호하는 여신 바스테트다. 본래는 사자의 형상을 지니고 있었던 바스테트는 고양이의 얼굴을 지닌 반인반수로 변모해 고대 이집트의 숭배를 받았다. 고대 이집트에서 고양이는 ‘사냥의 달인’이라 불릴 정도의 공격성과 가족을 지키는 모성애를 갖춘 존재로 인식됐다. 고양이의 외모와 특징들을 닮은 여신 바스테트는 묘지를 노리는 맹수와 맞서 싸웠다.
고양이는 고대 이집트 왕국이 끝나갈 무렵 그리스와 페르시아로 넘어갔는데, 이와 관련된 전설도 흥미롭다. 페르시아의 영웅 루스탐은 우연히 한 마법사를 도적떼로부터 지켜줬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마법사가 고양이를 만들어 선물했다는 유래가 있다. 이는 고양이가 얼마나 신비로운 존재로 여겨졌는지를 반증하는 설화다.
그리고 기원전 500년경, 고양이는 고대 중국 황제에 진상되며 동아시아로 진출하게 된다. 처음에는 황제의 진상품일 정도로 귀했던 고양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귀족, 그리고 일반 서민들까지 기르는 인기 애완동물로 각광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고양이는 사람의 손에 길들여졌고, 인도와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들로 다시금 퍼져나갔다.
매년 2월 22일 ‘고양이의 날’ 기리는 일본
6세기 중반 중국에서 일본으로 넘어온 고양이는 그 수가 매우 귀해 소수의 지배층만이 애완용으로 기를 수 있었다. 고양이를 묘사한 그림들을 살펴봐도 당시의 고양이는 지배층이 애지중지 기르던 고귀한 존재였다. 그러던 17세기 초, 사원의 법전과 곡식을 갈아먹는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방생하라는 칙령이 발포되며 귀하디 귀했던 이 애완동물은 일본 대중의 삶 속으로 파고든다.
에도막부 시대(1603~1858) 들어 일본 대중문화는 더욱 발달했고 민중의 사랑을 받았던 고양이도 당시 풍속을 묘사한 우키요에(목판화) 작품들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에도막부 이래 여러 화가들도 고양이를 사랑해 작품에 담았는데, 그 중 우키요에의 대가 우타가와 쿠니요시(1797~1861)는 대표적인 고양이 애호가로 꼽힌다. 메이지 시대 일본의 전통회화 ‘니혼가’의 작풍을 다진 히시다(1874~1911)도 고양이를 묘사한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일본 대중문화 속 고양이를 논하면서 ‘마네키네코’도 빼놓을 수 없다. 에도시대 유래된 것으로 알려진 마네키네코는 행운을 상징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해,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의 상점이나 식당 등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다.
일본인들의 고양이를 향한 사랑은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도 여전했고, 고양이들도 외화를 벌어 국위선양하며 보답했다. 1974년 일본의 캐릭터 디자인 회사 산리오가 내놓은 ‘헬로 키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전세계를 강타했다. 헬로 키티는 자산 가치만 1조5000억엔(약 20조원)에 달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캐릭터 중 하나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약 1천만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매년 2월 22일 사랑스런 고양이를 기리기 위해 ‘고양이의 날’을 제정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고양이 천국’ 일본 곳곳엔 고양이를 위한 카페와 고양이를 다룬 책만 취급하는 서점 등이 널려 있다. 규슈 남부엔 사람보다 6배나 많은 고양이들이 서식하고 있는 ‘고양이 섬’ 아오시마 섬도 있다.
고양이를 위한, 고양이에 의한 도시 쿠칭
아시아에서 고양이를 가장 사랑하는 나라로 일본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언급하지 않으면 서운할 곳들도 몇 있다. 그 중 말레이시아의 도시 쿠칭은 ‘고양이 도시’로 명성이 자자하다. 원주민어로 고양이를 의미하는 쿠칭은 도시 전체의 테마가 고양이다. 랜드마크인 고양이 동상을 비롯해 미술관, 박물관, 카페, 분수대 등으로 둘러 쌓인 쿠칭은 말그대로 고양이를 위한, 고양이에 의한 도시다.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터키의 이스탄불도 고양이를 아끼는 곳 중 하나다. 2016년 세이다 토룬의 다큐멘터리 ‘케디’의 무대가 된 이스탄불은 사람과 길고양이가 공존하는 가장 바람직한 예시를 제공한다. 대도시 이스탄불엔 그 규모만큼이나 많은 길고양이들이 살고 있으며, 시민들도 늘 이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마찬가지로 고양이를 뜻하는 ‘케디’는 “개는 사람을 신이라 생각하지만 고양이는 사람을 신의 중재자라 생각한다. 고양이는 사람들이 신을 대신해 환대하는 것을 잘 알고 또 고마워하는 동물이다”라고 말하며 예찬론도 펼친다.
이슬람교 선지자와 추종자들이 아꼈던 동물
고양이가 정확히 어느 국가에서 발견됐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중동 지역에서 왔다는 사실은 다들 대체로 수긍한다. 그리고 이 지역의 절대다수가 믿는 이슬람교가 고양이와 가깝다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슬람교의 선지자 무함마드 마호메트와 그의 동료들은 고양이를 매우 사랑했는데, 동료 중 한 명은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사내란 뜻을 지닌 ‘아부 호라이라’라는 별칭도 얻었다. 항상 어깨에 고양이를 태우고 다녔기 때문이다. 보통 무슬림들은 개를 집 안에 들이지 않았지만, 고양이는 언제나 환영했다. 이들은 고양이의 청결함에 감탄하면서 ‘애완동물의 정수’라 여겼다. 이슬람의 예술작품들에서도 고양이는 종종 등장했다.
작고 털 달린 이 동물을 유난히도 사랑하는 일본의 대문호 무라카미 하루키는 “지금 내 곁엔 고양이가 없지만, 산책하는 길에 고양이와 만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양이는 어떤 이들에게 종교적 신앙의 대상이고, 또 어떤 이들에겐 행운의 상징이기도 하다. 고양이로부터 영감을 얻어 성공한 삶을 누린 이들도 있다. 인류와 오랜 유대관계를 쌓아온 고양이는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사랑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