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 탄압 피해 그리스 향하던 가족의 비극 “지금도 곳곳에서 생을 마감하는 ‘제2의 아일란'”

[아시아엔=편집국] 그리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리스 경찰은 11월 11일 에게해 해안가에서 어린 아이의 시체 3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아이들은 얼마 전 터키 정부의 탄압을 피해 그리스로 향하던 터키인 마덴(Maden) 일가의 자녀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리학 선생이었던 후세인 마덴(H?seyin Maden, 40)과 유치원 교사였던 부인 누르 마덴(Nur Maden, 36)은 13살, 10살, 7살의 세 자녀들과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2016년 7월 15일 터키에서 쿠데타 시도가 일어난 직후, 이 가족은 가혹한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에르도안 정권은 쿠데타 직후 배후 세력으로 미국에 자진해 망명 중이었던 페툴라 귈렌을 지목했고, 귈렌과 연관이 있다고 여긴 수만 명을 감옥에 보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터키 정부는 10만명 이상의 교사도 해고했다. 해고 당한 마덴 부부는 급기야 체포 영장까지 받았다. 터키 교도소에 수감된 귈렌 지지자들의 고문 소식이 잇따라 터져 나오자 평소 건강이 좋지 않던 후세인 마덴은 출석을 거부했다. 주위에 아이들을 돌봐 줄 사람도 없었던 마덴 부부는 결국 도피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1년 동안 떠돌이 생활을 하며 겨우 생계를 이어나갔던 아버지 마덴은 자유를 찾기 위해 그리스 망명을 결심했다. 그는 친구들에게 쌈짓돈을 빌려 작은 보트 하나를 마련했고, 마덴 가족은 그리스의 히오스 섬으로 향0했다. 터키에서 그리 멀지 않은 히오스 섬은 수많은 시리아 난민들이 향하던 곳이기도 했다.

시리아 난민들이 그랬듯, 자유를 향해 파도를 헤쳐 나가던 아버지 마덴은 약 20일 전 지인들에게 “이제 불이 보인다. 곧 섬에 도착할 것이다”라는 문자를 끝으로 연락이 두절됐다. 그의 지인들은 비록 오랜 시간 연락을 받지 못했지만 마덴 일가가 무사히 난민캠프에 도착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운명은 이들 가족에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스 언론이 보도했듯, 사진 속 시신은 마덴의 자녀들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들 부부 역시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행방불명 상태다. 매체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한 지인들도 비탄에 빠지고 말았다.

어린 아이들의 싸늘한 주검은 2015년 9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시리아 어린이 난민 ‘아일란 쿠르디’를 연상시킨다.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아일란의 시신을 본 시리아인들은 “시리아 안에서 너무나 참혹하게 죽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차라리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평온하게 잠든 아일란이 부럽다”는 자조 섞인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터키 역시 2016년 7월 쿠데타 시도 이후 수많은 국민들이 명백한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직위 해임 당하고 있으며, 심지어 감옥에 투옥돼 고문까지 당하고 있다. 자유를 찾기 위해 그리스로 향했던 마덴 가족의 자녀들도 결과적으론 피 한방울 흘리는 일 없이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른바 ‘아일란 사태’가 발생한지 어느덧 2년이 흘렀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제2의 아일란 사태’는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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