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에르도안 정부, 코소보 거주 터키인 6명 무단 체포·송환···”터키 인권 위반 보여주는 사례”
[아시아엔 편집국] 터키에서 2016년 7월 15일에 쿠데타 시도 이후 터키 국정원은 외교부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활동 중인 히즈멧 운동 연계 학교 교사들을 납치하거나 송환해 왔다. 터키 정부는 히즈멧 운동을 이끌고 있는 페튤라 귈렌과 갈등을 빚어 왔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의 배후로 그의 추종세력을 지목한 바 있다.
이러한 촌극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았던 파키스탄, 미얀마 등의 국가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터키 정부는 코소보에 거주 중인 히즈멧 운동 관련자들을 무단으로 체포해 송환하며 논란을 빚었다.
코소보 현지 언론들은 3월 29일 히즈멧 운동과 연계된 코소보 학교의 교사로 일하는 터키인 5명, 터키 의사 1명이 현지에서 체포돼 체류 자격을 박탈 당한 직후 터키로 송환됐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조치는 코소보 정보당국과 터키 국가정보청(MIT)의 협조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당국은 “송환된 사람들은 귈렌의 조직과 연계돼 있다. 그의 조직은 관련자들이 터키를 떠나도록 지원해왔다”고 주장하며 송환된 이들이 터키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체포했다.
그러나 라무시 하라디나이 코소보 총리는 이에 대해 “터키인 강제 송환은 코소보의 가치와 원칙에 위배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또한 총리는 사건 발생 직후인 30일 “터키인 6명의 체포와 구금, 터키로의 송환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허가 없이 이뤄졌다”며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 내무장관과 정보당국 수장을 경질한다고 밝혔다.
코소보 총리의 조치에 대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설전도 불사했으나, 터키는 불법 송환으로 인해 코소보 안팎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현지 최대 신문인 코하 디토레의 아그론 바이라미 편집국장은 “이번 일은 코소보에서 자행되는 인권 위반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체포와 송환을) 사전에 몰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양국 정치권의 사전교감 의혹을 내비쳤다. 강제 송환된 교사들이 재직하던 학교의 학생들도 30일 프리슈티나 시내에서 항의 집회를 열어 교사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 역시 터키 당국의 조치는 인권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번 일로 코소보의 터키와의 관계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코소보는 EU 가입을 원하고 있으나, 가장 큰 해외투자국인 터키의 눈치를 살피고 있어, 터키에 의한 압력에 취약하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