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분쟁지역 돌봐온 ‘국경없는 의사회’도 파키스탄에서 추방 ‘NGO 수난시대’

[아시아엔=나시르 아이자즈 <아시아엔> 파키스탄 지사장] 최근 국내외 NGO 단체들을 향한 파키스탄 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파키스탄 정부는 단체들에 까다로운 활동 허가 기준을 제시하는 한편 엄격한 회계감사와 과세 등을 부과했다.

2015년 10월부터 시작된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NGO들의 환경을 더욱 악화시켰다. 일련의 정책으로 인해 파키스탄 내 모든 국제 NGO단체들은 파키스탄 내무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정식단체로 등록하고 활동할 수 있다. 단체들은 또한 특정 사안이나 특정 지역에서의 활동을 제한 받는다. 즉 파키스탄 내무부는 ‘국가의 관심사에 부합하지 않거나 정부 정책에 반하는 활동’들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이전까지 단체들은 파키스탄 거래위원회를 통해 정식등록하고 단체의 재정상황을 보고했으나, 이제는 활동의 범위까지 축소된 셈이 됐다.

실제로 올해 초 내무부는 73개의 국제 NGO들에 활동을 허가한 반면, 23개 단체들에 대해선 이들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들이 활동 가능한 영역을 넘어섰거나 단체의 고유목적이 정부와 맞지 않는다는 사유로 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더해 20개의 국제단체들도 내무부의 승인을 받지 못한 채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파키스탄 내무부는 국제단체들에 국영은행의 승인을 받은 감사기관으로부터 매년 재무감사를 받으라고 지시했는데, 감사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 역시 단체들이 부담해야 한다.

파키스탄 쿠람의 폭탄테러 현장을 빠져나오고 있는 시민 <사진=신화사/뉴시스>

이에 대해 파키스탄 내무부는 국가안보란 측면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내무부는 최근 아프간 국경지역인 소수종족 연방보호지역의 쿠람에서 14년째 전쟁으로 다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국경없는 의사회’에 추방명령을 내리는 모순을 드러냈다. 파키스탄은 불과 몇 년 전, 수십 년간 활동해온 ‘세이브 더 칠드런’을 추방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국제적인 비난에 견디다 못한 파키스탄 정부는 ‘세이브 더 칠드런’의 활동 범위를 대폭 축소시킨다는 단서조항을 달아 추방을 취소했다. 그 결과 국제 자선단체들의 활동은 20% 수준까지 감소해 버렸다.

물론 국제 NGO 단체들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 측이 제시한 엄격한 기준과 일련의 조치들은 NGO 단체들에 사형선고나 다름 없다. 또한 발로치스탄 주, 카이베르파크툰크와 주, 펀잡 주의 남부에 여러 단체들은 활동 자체를 금지 당하기도 했다.

파키스탄이 올해 6월부터 부과하기 시작한 세금 역시 NGO 단체들 앞에 놓인 난관이다. 단체들이 예산에서 행정비용으로 잡아놓은 것 보다 더 높은 수준인 15% 정도의 세금은 단체들의 활동을 더욱 축소시킬 것이다. 때문에 비평가들은 “세금 부과 정책으로 인해 많은 NGO들이 문을 닫을 것이다. 정부는 또한 신에 대한 불경과 종교에 반하는 외설스러운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핑계로 단체들에 미궁 같이 복잡한 등록절차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측은 이에 대해 “NGO들을 문닫게 할 의도는 없다. 과세 역시 낭비를 줄여 돈이 실제로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시행했다”고 항변했다.

이와 관련, 비자금 의혹으로 해임된 나와즈 샤리프 총리 시절 재정부 장관을 역임한 이샤크 다르 상원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자금의 오용을 막기 위해 세금을 부과했다. NGO가 책정된 예산을 초과하며 활동을 이어나가지만 않으면 납세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단체들도 프로젝트에 사용됐다고 발표한 비용보다 더 많은 자금을 여유분으로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드 주 환경개발센터를 이끌고 있는 나시르 판훠이 <아시아엔>과의 인터뷰에서 “단순한 논리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매년 책정된 예산의 75% 이하를 지출해야만 하는 단체들에 정부의 과세 정책은 가혹한 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정부의 과세는 NGO들로 하여금 수많은 프로젝트를 포기하게 만들 것이다. 기부자들도 그들의 돈이 겨우 세금이나 지불하는데 쓰인다면, 기부를 중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키스탄 재정부 장관은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NGO 시민 단체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을 부인하고 있지만, 시민단체 지도자들은 이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파키스탄 정부는 NGO 단체들의 자금 오남용, 법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활동 등을 막을 책임이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엔 이러한 문제들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법이 존재했지만, 정부는 신에 대한 불경과 종교에 반하는 외설스러운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핑계로 인권단체들에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국제적인 인권단체 ‘휴먼 라이트 워치’ 는 최근 성명을 통해 “정부의 새로운 규제들은 파키스탄에 활동하는 모든 NGO단체들의 권리를 침해할 것이다. 이 권리는 파키스탄 헌법과 국제법에 따라 보호받아야만 한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정부는 자국의 정당한 헌법과 국제법에 따라 인권단체들을 보호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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